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여야 대표의 7일 회동은 '안보에 있어선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북한 핵실험에 대한 엄단 의지를 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박 당선인은 이와 함께 현직 대통령을 예우해 현안 언급을 꺼리던 기존 행보에서 벗어나 북핵이라는 국가 중대사를 직접 챙기며 '권력 이동'이 무리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는 부수적 효과도 얻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는 북핵 외에도 민생법안, 정부조직 개정안 등을 놓고 자연스런 논의가 오갔고 이 가운데 '국정논의 여야 협의체' 운영에도 합의해 박근혜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북핵 불용, 여야 따로 없어"=지난 대선 이후 박 당선인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 것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 도발 등 위협 공세에 '여야 구분 없이 단호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 당선인은 모두 발언을 통해 "정부 교체기 때 우리 국민이 불안하지 않도록 우리가 최대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강력한 억지력으로 한 치 오차도 없이 대비해나가야 한다"고 운을 뗐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문 비대위원장은 "박 당선인과 처음부터 끝까지 더도 덜도 없이 생각이 똑같다"며 "북에 대해 '오판하지 마라 우리는 하나다'라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실효적인 조치를 반드시 강구해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7일) 모임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 및 여야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담 후 동석한 대변인을 통해 "북한이 최근 도발 위협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이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3자 회동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회동에서 박 당선인은 '안보'라는 최우선 국정 현안을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로의 권력이양이 사실상 완료되고 있음을 알렸다. 민주당 역시 새 정부의 원활한 출범을 지원하는 모양새로 '국정 파트너'라는 이미지 구축에 득을 봤다는 평가다.
◇ 북핵 넘어 민생에서도 여야 협력체제 구축=이날 회동 이후 3자 측은 "박 당선인과 여야 대표는 국정 동반자임을 확인하며 국민 삶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사안이나 시급히 처리해야 할 민생 현안은 조건 없이 상호 협력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위한 여야 협의체를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이들은 대선 공통 공약을 조속히 처리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이날 정책의원총회를 갖고 ▦일감 몰아주기 및 부당내부거래 규제 강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가맹점 보호 강화(프랜차이즈법) 등 양당 대선 공약을 위주로 한 '대선공약실천 및 민생해결 1차 입법 추진 과제'를 선정했다. 새누리당도 ▦비정규직 차별 처우 금지 대상 확대 ▦저소득 서민의 주거 지원 강화를 위한 임대주택법 개정안 등을 이번 2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선 때 민주당을 지지한) 48%의 국민을 잊지 말아달라"고 한 문 비대위원장 말에 박 당선인은 "잊지 않겠다. 그분들 다 품고 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에서는 정부조직 개정안 및 향후 인사청문회 등에 대해서도 얘기가 오갔다. 박 당선인은 "오랜 의정 경험을 통해 느꼈던 것을 반영해 만들었다. 이해해달라"고 했고 문 비대위원장은 "대화를 통해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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