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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시간·생각 공유한 누리꾼들 세상을 바꾼다

■ 많아지면 달라진다 (클레이 셔키 지음, 갤리온 펴냄)<br>TV시청에만 쏟던 '인지 잉여' 새미디어 등장에 하나로 결집<br>'도가니' 파장·촛불시위 처럼 사회 변화 촉발시키는 역할

인터넷, 휴대전화, SNS 등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은 대중의 '인지잉여'를 결집시켜 사회를 변화시킨다. 2008년 한국에서 벌어진 촛불시위도 '인지 잉여'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최근 장애인 대상 성폭력을 다룬 영화 '도가니'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일명 '도가니 방지법' 제정 논의까지 활발해지고 있다. 영화를 본 시민들과 누리꾼들은 재수사와 폐교를 청원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영화 한 편이 사회적 파장의 중심에 서게 된 동력은 뭘까.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어떤 것이 아주 많아지면 그 집단은 새로운 행동 방식을 보인다"며 "참여 숫자 혹은 콘텐츠 증가는 단순한 숫자의 합을 넘어서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변수를 무수히 만들어낸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2010년 인터넷으로 연결된 인구는 20억 명, 휴대전화 사용자도 30억 명을 넘어서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 대부분이 전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된 집단의 일원이 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한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281개의 언어로 1,970만 개 이상의 지식이 수록돼 있다. 저자가 위키피디아 연구로 유명한 IBM연구소의 마틴 와텐버그와 함께 위키피디아 전체 항목의 편집과 토론에 투입된 참여자들의 시간을 조사한 결과 총 1억 시간에 달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시간은 사람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데 쓰는 시간과 비교하면 별 게 아닌 게 된다. 저자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는 연간 1조 시간 이상을 텔레비전 시청에 소비하고 있다는 것. 이 중 1%의 시간만 할애한다면 1년에 위키피디아 100개를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저자는 바로 이 대목에 주목했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텔레비전 보는 데에만 낭비됐던 막대한 시간이 기술 발전으로 공동 미디어가 출현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힘이 모아져 사회 변화를 위한 자원이 됐다. 셔키 교수는 이 자원을 책의 원제인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라고 부르면서 인지 잉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지, 새로운 대중은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새로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풍부한 예시와 예리한 통찰로 풀어낸다. 그는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의 '많아지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는 표현을 빌려 어떤 것을 합쳐 놓으면 그 집단은 새로운 행동 방식을 보이며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들은 개개인의 창조 및 공유 능력을 유례 없는 차원으로 한데 합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인지 잉여가 생산적으로 활용된 사례는 케냐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케냐에서 부정선거를 둘러싼 논란이 대규모 폭력사태로 번졌을 때 케냐 정부는 언론을 통제해 폭력사태에 대한 보도를 막았다. 당시 한 변호사가 블로그 독자들에게 직접 목격한 폭력사태에 대해 들려달라고 요청했는데 짧은 시간에 엄청난 목격담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는 시민들의 보고를 자동으로 모아 실시간으로 지도 위에 표시하는 '우샤히디('증언'이라는 뜻의 스와힐리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샤히디는 폭력사태를 빠르게 진정시키는 데 기여했고 이후 이 서비스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폭력행위를 추적하고 아이티와 칠레에서 지진 부상자들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도 사용됐다. 저자는 지난 2008년 한국에서 벌어졌던 촛불 시위도 인지 잉여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저자는 동방신기 팬인 10대 소녀가 시위에 많이 참여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들은 동방신기 팬 사이트인 카시오페아 회원으로 그곳 게시판에서 소고기시장 개방 소식을 듣고 거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저자는 "보통은 학교 운동장에서 주고받으며 사라지고 말았을 (광우병에 대한) 대화가 카시오페아라는 온라인 공간에서 접근성과 영속성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세상이 변하는 이유가 인간의 본성이 바뀌어서가 아니라 새로운 수단과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라며 인터넷과 휴대전화 보급이 이러한 변화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우리 앞에 있는 기회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나 아주 거대하다.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얼마나 상상을 잘하고, 대중의 창조성과 참여ㆍ공유에 대해 얼마나 잘 보상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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