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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물경제 지표 빨간불… 성장 둔화 우려 커져

제조·소비·부동산 줄줄이 부진… 8월 산업생산 6.9% 증가 그쳐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 추락… 리커창지수 전력생산도 하락세

"돈 더 풀어야" 목소리 커지지만 본격 부양책 내놓긴 쉽잖을듯


중국의 제조업·민간소비·부동산 등 3대 실물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둔화하면서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잇따른 경제지표 적신호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재촉하는 와중에도 중국 정부는 요지부동이지만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4일 중국 경제일보 등에 따르면 전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8월 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달(9.0%)은 물론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8.8%)도 밑도는 수준으로 2008년 12월 이래(1~2월 설 연휴 기간 제외) 최저치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같은 날 발표된 8월 소매판매도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1.9% 늘어나며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를 반영하는 고정자산투자 역시 16.5% 증가하는 데 그쳐 전월(17.0%) 및 예상치(16.9%)를 모두 밑돌았다.

5년8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진 산업생산 증가율을 부추긴 것은 4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한 전력생산 증가율이다. 대표적 '리커창 지수'인 전력생산 증가율은 지난달 2.2% 감소해 4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만큼 제조업 경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장위안 국가통계국 선임통계관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수요 감소와 중국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철강·시멘트, 자동차 수요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자동차와 휴대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점도 산업생산 둔화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거품 붕괴도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누계 주택판매는 3조4,300억위안(573조원)으로 전년 대비 10.9% 하락했다. 30개 이상 지방정부가 2주택에 대한 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 유동성 상황도 만만치 않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8월 사회융자총액은 9,574억위안(약 161조3,410억원)으로 시장 전망치인 1조1,350억위안을 크게 밑돌았다. 위안화 신규 대출은 7,025억위안으로 다소 늘었지만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2.8%를 기록해 직전 월 증가율인 13.5%에 못 미쳤다. 농촌·중소기업 등에 대한 정책성 신규 대출은 늘었지만 은행들이 경기하락을 우려해 시장의 유동성을 바짝 죄고 있다는 의미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둥타오 홍콩지점 이코노미스트는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고 있어 유동성 공급을 위한 은행 지급준비율 혹은 예대율 인하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함께 3·4분기 성장률이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7.5%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ANZ증권은 보고서에서 "8월 산업생산지표는 경착륙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면서 "중국 당국이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중국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부양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리커창 총리도 앞서 톈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서 "추가로 돈을 풀지 않겠다"고 강조하며 개혁정책에 초점을 맞췄다. 로이터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가 이미 한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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