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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타듯 부드럽게… 힘차고 빠르게… 두 신성의 건반 유희

트리포노프·유자 왕 첫 내한 공연

왼쪽부터 다닐 트리포노프, 유자 왕

세계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차세대 피아니스트 두 명이 국내 팬들과 처음으로 조우한다. 러시아의 신성(新星) 다닐 트리포노프(22·왼쪽)와 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 왕(26ㆍ오른쪽)이 그 주인공. 매력이 저마다 다른 만큼 이들의 국내 첫 연주회는 클래식 애호가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내달 서울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르는 두 명의 '젊은 거장'을 이메일 인터뷰로 만나봤다.

◇ 파도 타 듯 부드러운 연주, 다닐 트리포노프

다닐 트리포노프와 한국의 남다른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손열음(27)과 조성진(19)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해 국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당시 트리포노프는 피아노 부문 우승뿐 아니라 전 분야 대상을 거머쥐며 '러시아의 신성'이 됐다. '무결점 연주'라 평가 받는 그는 현재 전 세계 주요 공연과 페스티벌에 빠짐없이 초청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에는 세계적 권위의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 전속 아티스트가 됐다. "오래 걸으며 자연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는 그는 이제 갓 약관을 넘긴 나이임에도 화려함을 뽐내기보다 차분하고 사려 깊은 곡 해석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내달 11~12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국내 팬들과 첫 만남을 갖는다. 첫날에는 쇼팽의 '24개의 전주곡'과 리스트의 '소타나 b단조', 스크랴빈의 '소나타 2번'을 연주한다. 둘째 날에는 스크랴빈의 '소나타 3번'과 차이콥스키의 '18개의 소품' 중 3·13·15번, 라흐마니노프의 '쇼팽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연주한다.

◇ 속주와 힘 있는 터치, 유자 왕

'근육질의 파워와 민첩성을 갖춘 연주자'(시카고 트리뷴) '군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불꽃같은 테크닉'(뉴욕 타임즈). 유수의 외신 매체는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유자왕은 랑랑, 윤디와 더불어 클래식계가 주목하는 중국계 피아니스트다.



6살 때 피아노를 시작해 14살이 되던 해 미국 유학 길에 올랐던 그는 거침없고 당당한 연주로 유명하다. 2005년 미국 내셔널 아트센터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국제무대에 데뷔한 그는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의 독점 아티스트로서 2009년부터 음반을 발매해 오고 있다. 2008년 스위스의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연주했던 '왕벌의 비행'은 현란한 손놀림을 보여주며 객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는 "흔히 음악을 일종의 스포츠 경기로 생각해 누가 더 빠르게, 더 크게 연주하고 특이한 손과 몸동작을 만드는지에 관심이 쏠리곤 하는데, 기교에 신경쓰기보다 음악 본연에 집중하면 테크닉은 자연스레 따라온다"고 말했다.

유자 왕 하면 파격적인 무대 의상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아찔한'킬힐'과 몸에 딱 달라붙은 초미니 원피스를 연주복으로 즐겨 입는다. 통념을 뒤엎는 거침없고 도발적인 그의 상상력은 비단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아 보인다.

그는 내달 29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샤를 뒤투아가 이끄는 영국의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해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수 년간 고대해온 한국, 한국 관객과의 첫 만남이 기다려진다"며 "내한기간은 짧지만 콘서트가 끝난 뒤라도 소문난 한국음식을 맛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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