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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혁신도시발 수요 늘어 활기" vs "투기 가세된 국지적 거품"

지방 분양시장 활황인가 과열인가

김천·전북혁신도시 등 1순위서 청약 마감

전세가율 높고 공급 적었던 곳들도 강세

"잇단 규제완화로 단기투자 가능 탓" 우려도



# 최근 대구에서 공급된 '침산 화성 드림파크'를 분양 받은 정모(39)씨는 얼마 전 부동산 중개업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분양가에 2,000만원의 웃돈을 얹어줄테니 분양권을 팔라는 것이었다. 정씨는 "올해 초 전셋값을 3,000만원이나 더 올려주면서 집을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며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 분위기여서 굳이 지금 팔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중개업자의 권유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 4월18일 개관한 경북 '김천혁신도시 2차 한신휴플러스' 모델하우스 앞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30m가량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내부 역시 전시된 유니트를 보느라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중대형 아파트로 이뤄진 단지지만 한국도로공사 등 공기업 이전이 본격화하면서 주택 수요가 부쩍 늘었다는 분석이다. 수요자의 관심은 청약으로 이어졌다. 345가구 공급에 963명이 신청, 평균 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84㎡ B타입을 제외한 모든 주택형이 1순위에서 마감됐다.

지방 분양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제기됐던 공급 과잉 우려 전망이 무색할 정도다. 한동안 공급이 끊기다시피 했던 탓에 어느 정도 수급 균형이 맞춰질 때까지 청약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기대다. 하지만 2~3년 전에 비해 시장을 계속 이끌어갈 동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이 과열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견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부서도 향후 지방 시장에 대한 판단을 쉽게 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며 "올해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적고 유효 수요 는 탓?=올해 들어 지방 부동산 시장이 계속 활황을 유지하는 것은 '혁신도시'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발생하면서 인근 지역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방혁신도시는 수도권의 유효 수요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수요가 늘어난 만큼 집값이나 분양 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분양한 혁신도시 아파트의 분양 성적은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전남혁신도시 '중흥 S클래스 센트럴 1·2차'는 각각 11.9대1, 9.7대1로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했으며 호반건설이 전북혁신도시에서 선보인 2개 단지도 모두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일찌감치 입주자를 모두 채웠다.

최근 공급이 크게 위축됐던 지역이었다는 점도 지방 청약 성공의 이유로 꼽힌다. 최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이수건설의 '브라운스톤 연제'의 경우 지난해 1년간 공급이 단 200가구에 불과했던 부산 연제구에서 선보인 점이 가장 큰 분양성공 요인이라는 것이 회사 측 판단이다.



치솟는 전셋값으로 유효 수요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지방에서 가격이 오른 지역을 살펴보면 전세가율이 높았던 곳이 많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동안 공급이 끊겼던 지역"이라며 "오를 만한 여지가 있었기에 올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기·투자 수요 가세한 국지적 호황 주장도=하지만 한쪽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3년 동안 지방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였는데 최근의 열기는 투기 수요가 가세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방 부동산 시장은 최근 잇따른 규제 완화로 단기 투자가 가능한 시장으로 재편됐다. 분양권은 취득세가 없고 전매할 경우 양도소득세만 내면 되는데다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청약통장에 가입해 6개월만 지나면 1순위 자격이 생긴다. 올해 지방 아파트 1순위 청약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이 같은 규제 완화 때문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최근에는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3순위 마감이 늘고 있어 청약 경쟁률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방의 높은 전세가율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지방은 전세가율이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온데다 전세가율 상승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 부동산알리지에 따르면 부산에서 지난달 기준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가장 높은 곳은 수영구(101.3)였지만 아파트 전세가율은 58.8%로 부산시내 1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울산 역시 전세가율이 가장 높은 남구(74.3%)가 아니라 동구(71.9%)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104.2로 가장 높았다. 수도권과 달리 높은 전세가율이 매매 수요 전환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가율이 높았다고 해서 분양 시장으로 수요가 몰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최근 지방 부동산 과열 현상은 입주 물량이 적어 새 아파트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청약에 참여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정도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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