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글로벌 금융 위기와 관련, 시장은 정부의 규제 없이도 스스로 규율 할 수 있다고 믿어온 자신의 시장만능 경제관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린스펀은 또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강화에 반대한 것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잘못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의 감독 및 정부개혁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40년 이상 자유시장 이론은 매우 잘 작동했기 때문에 이번 금융 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금융기관이 스스로 시장혼란을 막고 주주를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잘못이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과도한 리스크를 억제하는 데는 정부 규제보다 민간 규제가 훨씬 나은 것으로 입증됐다"던 2005년 5월 연설을 뒤집는 것으로 마에스토로(거장)로 추앙받는 그린스펀의 명성에 큰 흠집을 남기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이날 의원들로부터 정책 실패에 대한 호된 질책과 추궁을 받았으나, 자신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특유의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교묘하게 피해갔다. 그린스펀은 "어떤 감독기관이라도 한 세기 만에 올까 말까 하는 '신용 쓰마니'를 예상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당국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완벽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개인적 책임론을 피해갔다. 헨리 왁스맨 위원장은 이에 대해 "당신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초래한 무책임한 대출 관행을 막을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며 "지금 우리 경제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왁스맨 위원장은 급기야 파상상품에 대한 규제를 반대한 것과 관련, "당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직설적 질문에 그린스펀은 "부분적으로 그렇다"며 마지못해 시인했다. 그린스펀은 "금융 기관들이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주주들과 투자자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며 "이번 금융위기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게 나타났다"고 진술했다. 한편 그린스펀은 청문회 개최에 앞서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요지의 자료를 배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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