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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X파일, 국민 합의후 처리를
입력2005-08-25 16:24:05
수정
2005.08.25 16:24:05
조희제 <사회부장>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법도청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안기부ㆍ국정원의 불법도청 테이프, 일명 X파일의 내용을 공개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검찰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었다.
현재 검찰 수사는 도청내용보다 불법도청 책임자와 유출경위에 집중되고 있다. 김영삼(YS) 정권 때 미림팀을 복구한 실무책임자와 이를 유출한 재미교포를 구속했다. X파일을 보도한 mbc 기자도 소환당했다.
또 도청을 지시,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YS 정권의 실세들은 출금조치됐다. 최근에는 김대중(DJ) 정권 때 도청테이프를 넘겨받은 국정원장도 소환조사를 받았으며 DJ의 최측근 가신들도 수사대상에 올랐다.
정치적 공방속 음모론도 등장
YS 집권 당시 불법도청 문제에서 시작된 불법도청 수사는 이제 DJ 시절에도 불법도청 있었다는 김승규 국정원장의 고해성사 이후 DJ시절 관련자들의 수사로 번진 상황이다.
도청의 최대 피해자라고 각인돼온 DJ가 오히려 가해자라는 발표에 여론이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흐르자 여권 내부에서는 DJ 칭송과 호남권 달래기에 매달리는 인상이 역력하다. DJ측의 반발이 워낙 거세게 나오자 특별법을 만들어서라도 공개를 주장하던 현 집권세력은 다소 주춤한 양상이다.
불법도청 수사는 한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DJ 시절 도청이 YS 때와는 다르다는 주장으로 다소 어수선한 모습도 있기는 하지만 불법도청 문제를 단죄해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도청 테이프의 내용, 즉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하나 말아야 하는 문제는 X파일 사태가 터진 후 아직까지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
274점의 도청테이프의 내용과 녹취록에 대한 수사는 국론을 반으로 분열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헌법상 사생활 및 통신비밀의 보호라는 가치와 국민의 알권리라는 가치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법조계와 시민단체들은 정경언 유착과 같은 권력형 비리의 온상을 덮어둘 수 없다면서 완전 공개하라며 검찰과 정치권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내용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이 국민의 절반을 넘어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대한변호사협회 등 보수적인 단체들은 절차적 정의가 없이는 실체적 진실도 밝힐 수 없다면서 법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공개불가를 외친다. 오히려 불법도청 내용을 보도하거나 알린 언론과 정치인을 처벌해야 한다고 대립각을 높이고 있다.
당초에는 검찰 내부에서는 불가론이 우세한 상황이었던 것 같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부터 찾아낸 파생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론에 근거한 논리를 내세운다.
물론 최근 들어 여론이 공개 쪽으로 돌아서고 정치권에서 공개해야 한다는 당위론이 우세해지자 수사가능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미 공개된 삼성 관련 의혹은 수사하되 274점의 증거물 내용은 특검으로 넘기는 방안도 조심스럽게 검토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런데 24일 지난 97년 대선후보 조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내용공개는 물 건너갔나 라는 소리가 나온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말라는 메시지가 아닌가 하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7년 삼성의 대선자금 문제가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온 내용이기 때문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전날 국회에서 97년 대선자금 출처조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대통령이 나서 반대의견을 내놓은 셈이다.
절차적 정당성 확보 우선해야
하루하루 발언들이 엇갈리며 국민들은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또다른 판도라상자 속 내용물인 떡 값 검사 문제를 조심스럽게 내사하던 검찰도 내심으로는 반기면서도 역시 헷갈리고 있는 모양이다.
이제 국민들은 이 같은 논란과 혼란을 보면서 항간에 떠돌고 있는 정치적 음모론에 더욱 귀를 기울일 것이다. 음모론은 아닐지라도 정치권의 이해타산에 따른 셈법으로 이 국면을 해석할 공산이 커졌다.
판도라의 상자를 여느냐 폐기하느냐, 또 연다면 어떻게 열 것인지는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국민여론을 거론하며 포퓰리즘식 공개도 아니어야 하고 획득과정의 불법성만 내세우며 공개불가에 집착하는 반대도 아니어야 한다. 정치적 논쟁과 이해득실을 떠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나가며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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