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보다 훨씬 싼 분양권이 돌아다닙니다. 지금이 어떻게 보면 기회일 수 있어요.” (조치원 A공인 사장) 극심한 지방 부동산 경기침체가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라는 대형 개발 호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행정도시의 대표적 수혜지로 한때 투기수요가 집중됐던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일대 부동산시장의 경우 최근 개발 기대감이 완전히 상실된 채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다. 지난 2006년 9월 행정도시 인근에서 분양한 충남 조치원 자이 아파트의 경우 대단지에다 브랜드 가치가 높아 투자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으나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진 분양권이 나돌고 있다. 이 아파트 112㎡형의 분양가는 2억1,990만원이었으나 지금은 적어도 500만원은 싼 매물이 수두룩하다는 것이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연기군 조치원읍 D공인 사장은 “입주시기에 가격이 오르면 입주권을 팔려고 분양은 받아놓았는데 시세가 오르지 않으면서 계약금을 포기하고라도 손절매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많지는 않지만 분양가보다 10% 이상 싸게 나온 매물도 구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일대는 특히 2005~2006년 참여정부 당시 행정도시 후광효과를 노리고 대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분양한 아파트들이 최근 한꺼번에 입주를 앞둬 ‘물량 쇼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조치원 일대에 공급된 아파트는 2005년 3월 대우건설의 죽림 푸르지오(286가구)를 시작으로 신흥 e-편한세상(640가구), 조치원 신동아파밀리에(275가구), 조치원 죽림 우방유쉘(513가구) 등 약 3,500여가구가 입주를 완료했거나 내년 초까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이러다 보니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들도 미분양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말 분양한 충남 조치원 신안 e-편한세상의 경우 총 983가구 중 35%가 아직 미분양으로 남아 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지방 주택시장의 몰락이 결국 행정도시를 피해가지 못했다”며 “이 지역은 개발 호재만 믿고 투기수요가 진입, 각종 프리미엄이 형성됐지만 막상 행정도시 기대효과가 상실되면서 고통 받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행정도시 내에서의 택지개발 일정도 불투명해지면서 인근 부동산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행정도시에서 토지공사가 분양한 공동주택용지 27필지(119만4,846㎡) 중 21개 필지(88만1,615㎡)가 미분양됐다. 여기에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이 본격화되며 행정도시의 상실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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