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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처음 공개된 고종황제의 비밀 국새는 미국에 거주하는 한 동포의 손을 거쳐 고국에 돌아왔다. 한국전쟁 때 분실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해외반출 사실은 알 수 없는 비밀 국새의 귀환은 조선말 긴박했던 국외 정세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았던 국운을 회복하기위한 고종황제의 은밀한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크다. 국새는 전체 높이 4.8cm에 무게는 794g으로 크지 않아 휴대가 쉬운 편이다. 손잡이는 거북 모양이며 비단실로 짠 끈이 달렸다. 정사각형 인장면(도장을 찍는 면)에는 '황제어새(皇帝御璽)'라는 글자가 양각(陽刻)돼 있다. 외함은 분실되고 보통(寶筒)이라 일컫는 내함과 함께 입수됐다. 내함은 황동(黃銅)으로 3단으로 만들어 하단에는 인주(印朱)를 넣을 수 있게 했으며, 그 윗단에 국새를 넣었다. 하단과 뚜껑 내부는 붉은 비단을 직접 접착해 마무리했으나 국새가 들어가는 상단은 두께 0.5cm의 소나무로 내곽을 만든 뒤 붉은 천을 붙여 마감했다. 정계옥 유물과 과장은 "고궁박물관이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유물구입사업에 관한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를 보고 재미교포 소장자가 직접 연락을 해 왔다"면서 "그 유물적 가치와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전각ㆍ금속공예ㆍ서체ㆍ매듭 등 관련된 각계 권위자 10명을 평가위원으로 위촉해 1차적인 감정과정을 거쳐 구입했다"고 밝혔다. 소장자의 입수 경위에 관해서는 "원칙적으로 소장자와 구입과정 그리고 가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공개구입과 경매 등을 통해 궁중유물을 확보하는 데 연간 11억원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구입 후 박물관 측은 약 3개월에 걸쳐 국새 관련 기록을 검토ㆍ분석했다. 결정적인 근거는 국사편찬위원회 소장자료인 일제시대 유리원판 사진이었다. 국왕의 친서에 찍힌 도장의 모양과 사진을 근거로 '사라진 고종황제의 국새'임이 확인됐다. 임금의 도장은 실무용 국새와 부장품 형식으로 종묘에 모셔진 의례용 어보(御寶)로 나뉜다. 어보는 일반적으로 높이 약 10cm에 평균 무게 4kg안팎으로 국새보다 큰 편이며, 현재 박물관을 비롯한 국내외 기관이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새는 극히 드물다. 이에 문화재청은 이번에 발견된 국새의 희귀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국보 지정절차를 밟기로 했다. 이번 국새 발견의 의의는 ▦사진으로만 전해져 오던 친서에 찍힌 국새 실물을 확인했고 ▦국외 반출된 우리 중요문화재를 구입을 통해 환수했으며 ▦고종이 국운이 기울어 가는 제국의 황제로서 주변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절박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어 대한제국기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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