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0년 넘은 얘기다. 앨프리드 킨제이 박사는 미국 전역에서 1만8,000명을 면접해 얻은 1만2,000건의 자료를 근거로 인간의 성생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른바 '킨제이 보고서.' 전체 남성의 37%가 동성애 경험이 있고, 기혼 남성 25%가 외도를 하고, 여성 절반은 혼전 성관계를 갖는다는 등 적나라한 연구 결과는 세계를 들끓게 했다. 아무리 잘난 척 해봐야 인간의 이성 따위가 성 충동을 이겨낼 확률은 고작 이 정도다.
심리학자이며 종교ㆍ사회 연구가인 대럴 W. 레이는 여기에 종교를 끼워 넣는다. 의도적으로 절대 억제될 수 없는 '성욕'을 종교가 제한하고, 터부시된 욕구의 실현은 바로 죄책감으로 이어져 면죄부를 구하는 신앙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는 가장 성공적인 종교들은 성에 대한 억압 및 비난에 기대고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들에게 종교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던진다. 강렬한 성 충동은 성관계를 갈구하지만, 지옥에 대한 두려움과 충돌한다. 결과는 늘 같다. "종교적인 섹스에 더욱더 깊이 감염된다는 것."또 내세를 결정할 신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으며, 사람들은 천국에 가기 위해 허락되지 않은 성 관계를 참아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종교의 '협박'이 사람들을 도덕적으로 바꿨을까. 역설적으로 미국에서 종교 세력이 가장 강한 지역은 이혼율과 포르노 이용건수 역시 가장 많다. 정상적인 부부들도 터부에서 자유롭지 않다. 부부관계는 쉽게 권태기로 접어들고, 다음은 외도로 이어진다.
성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에는 호주의 한 카톨릭학교 교장이 42년에 걸쳐 수십 명의 소년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또 이 학교 지도신부도 연쇄강간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종교 지도자들이 신에 더 가까이 있다는 생각은 맹목을 낳고, 범죄 은폐를 조장한다. '썩은 사과 하나가 전체를 썩게 만들지는 않는다'며.
저자는 기독교가 원래부터 성관계를 터부시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초기 기독교의 전략인 강력한 가부장제 모델 하에, 나중에라도 의문이 없도록 성서에서 이에 반하는 내용은 철저히 삭제됐다고 주장한다. 성모 마리아가 처녀로 예수를 낳은 것도 같은 맥락이며, 사도들의 어머니ㆍ딸ㆍ손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슬람교도 성충동을 활용한 것은 다르지 않다. 모두가 태어나면서부터 명예와 수치심을 강요받고, 특히 여성들은 가문의 명예 훼손, 방종을 이유로 끔찍한 사회적 제재와 폭력을 강요당한다. 이는 모르몬교, 여호와의 증인, 사이언톨로지 같은 현대 신흥종교들로 넘어오면 더 심하다.
이 책은 초지일관 종교가 성욕을 억압해 신앙 강화에 이용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성관계가 더 이상 한정된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잃으면 종교도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이죽거린다. 그리고는 "가서 신이 없는 섹스를 즐기라"고 외친다. 하지만 저자의 지향점이 종교가 만들어낸 성적 터부를 해소하는 것을 넘어, 결혼제도에 대한 부정과 프리섹스ㆍ동성애에 대한 충동질로 느껴지는 것은 불편하다. 1만8,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