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기업 급증은 우리 산업의 취약한 경쟁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경제효율을 높이는 질적 구조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어느 분야든 심각한 공급과잉·과당경쟁의 늪에 빠져 있다. 국내 기업 세 곳 가운데 한 곳은 지난해 매출액영업이익률이 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좀비기업을 살리려다 수출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금융회사의 자산 건전성이 나빠져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핵심분야는 키워주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덩치를 줄이는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채권단 중심으로 진행되는 현행 구조조정은 은행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데다 주도세력도 없다 보니 구조조정 속도가 늦어지고 관치 시비에 휘말리는 등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정부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을 제정하고 구조조정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원샷법만 해도 과잉업종의 판단 근거가 불분명한데다 투자자를 설득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기업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회사도 비협약채권단의 참여를 강제하고 당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기업 인수 과정에서 독과점 논란 등에 따른 불필요한 규제가 빚어지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당국은 시장이 주도권을 갖고 산업별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구조조정의 고삐를 바짝 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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