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금융연수원, 창성동 정부종합청사 별관, 통의동 당선인 사무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인선이 임박했다. 청와대 인근의 이 사무실들은 주말 현판식을 열고 출범하는 인수위원회가 정부 인수ㆍ인계작업에 사용하는 공간이다.
150명 안팎으로 예정된 인수위 팀 외에도 이들을 보좌하는 공식ㆍ비공식 인원과 이를 취재하기 위해모여든 신문ㆍ방송의 기자들까지 1,000여명의 인원이 오는 2월25일 대통령 취임 전까지 한시적으로 삼청동 일대에 상주하게 된다. 이 때문에 5년 전 겨울과 마찬가지로 삼청동 일대의 식당과 카페 등은 북적거리는 인파로 또 한차례 특수를 맛볼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의 수많은 공무원들은 돌아가면서 업무보고를 위해 인수위를 찾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차기 정부의 얼개와 이 속에서 일할 인물들의 윤곽이 만들어진다. 집권에 대한 부푼 꿈을 안고 출발하는 대통령직인수위는 그래서 항상 의욕적이다. 그리고 이 기간 삼청동 일대에서 보이던 면면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정부와 여당에서 역할을 하고 또 명멸할 것이다.
박 당선인을 비롯해 정권인수 작업에 들어가는 팀들의 새해소망을 요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는 5년 후에 성공한 대통령과 성공한 정부로 남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소망을 이루기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창조적 실용주의를 모토로 휴일까지 반납하고 의욕적으로 출발했던 현 정부는 출범 첫 6개월이 지나기 전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문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로 사실상 기능정지 상태의 레임덕을 맞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글로벌 금융, 재정위기 극복 등 지난 5년 동안의 여러 공(功)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이 상처에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인수위 의욕만 앞서단 악순환 반복
이에 앞서 수평적 정권교체이지만 기성 체제의 전반적인 개혁을 추구했던 참여정부 역시 집권기간 내내 대통령의 탄핵소추와 탈당, 집권당이 문을 닫고 신당을 창당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에 이르게 되면서 슬픈 역사가 됐다.
대선 승리 후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결국 집권 이후 제대로 못해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국민들은 그래서 5년마다 반복되는 이런 악순환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졌다. 그래서 시쳇말로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기까지에 이르렀다.
박 당선인이 이 같은 흐름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박 당선인에게 반대했던 국민의 48%가 비판적 입장에서 지켜보고 있을 뿐 아니라 지지했던 51.6%도 역시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됐던 새 정치에 대한 열망처럼 기대치를 한층 높였다. 지역과 세대로 갈라진 우리 사회의 대통합뿐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는 글로벌 위기의 극복도 새 정부를 둘러싼 만만치 않은 환경이다.
결국 박 당선인에게는 '100%대한민국'을 만들면서 경제민주화도 해야 하고 글로벌 경제위기도 극복해야 하는 큰 숙제를 떠안은 셈이다.
지난 인수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한 인사는 사석에서 "대선까지는 당선이라는 한가지 이해로 뭉쳤지만 인수위는 전혀 다른 시작이었다"라며 "우선순위를 정하고 5년 동안 해야 할 것과 하지 못할 것들을 정하는 것, 즉 차기 정부의 범위와 한계를 정하는 것이 처음과 끝"이라고 충고했다.
5년후성공한 정부로 기억에 남길
그는 또 "우리 모두 성공한 정부를 꿈꿨지만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그렇게 간단치 않은 일이었다"며 회한을 전했다.
5년 후, 계사(癸巳)년 벽두의 그토록 추웠던 겨울 삼청동의 떠들썩함과 북적거림을 뼈아픈 후회가 아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것은 박 당선인과 인수위 참여자들뿐 아니라 온 국민의 바람일 것이다.
현 정부의 제 17대 인수위가 지난 2008년 3월에 만든 인수위 백서의 제목은 '성공 그리고 나눔' 이었다. 또 이 책을 마무리하는 편집후기에는 '국민 성공시대를 기다리며'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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