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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29일] '벌목방지 탄소배출권' 선점을
입력2009-12-28 17:34:34
수정
2009.12.28 17:34:34
미국은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폐막한 1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에서 '교토의정서체제(이하 교토체제)'의 판을 뒤흔들며 판정승을 거뒀다. 교토체제는 선진국(부속서1 국가)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개발도상국 등 나머지 국가에는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미국 입장에서 교토체제는 불편한 존재다. 경쟁국이자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의 탄소배출 감량 거부를 용납한데다 유엔이 모든 국가의 탄소배출을 규제ㆍ감독하고 지난 1990년을 기준연도로 정해 미국에 막대한 감축 의무를 지웠기 때문이다. 미국은 또 연간 20억톤의 탄소배출권을 자국 기업에 공급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교토체제가 공급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은 총 누계 기준으로 3억톤에 불과하다.
美, 유럽 반대 REDD 밀어붙여
그래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 유엔을 배제한 채 선진국에는 국가단위 탄소감축 의무를 부여하되 개도국에는 산업별로 탄소감축을 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개도국이 기준치(baseline)보다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그만큼의 배출권을 판매해 이익을 보지만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벌금 등 불이익을 받지는 않는다. 개도국을 새 기후변화협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비손실 산업별 탄소배출권(no lose sectoral credit)'이라는 당근을 준 것이다. 다만 배출량은 보고 및 국제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중국이 시멘트ㆍ철강 등 경쟁력 있는 몇 개 산업 부문의 탄소감축에 합의하면 나라별 기준치가 달라 선진국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중국 업체라도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미국도 중국 산업을 견제하고 자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저가의 배출권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은 특히 코펜하겐에서 유럽 국가들이 "10~15유로선에서 배출권이 거래되는 유럽 탄소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며 극구 반대한 '벌목방지탄소배출권(REDD)' 통과를 밀어붙였다. '이산화탄소 저장고'인 산림을 베지 않고 관리ㆍ보존한 개도국에 벌목방지 탄소배출권을 인정해주면 톤당 2~3유로에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의 대변인'인 공화당의 동의를 이끌어내 상원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탄소배출권은 복잡한 금융파생상품이어서 금융위기 이후 반전을 노리는 미국 금융권이 가장 눈독 들이는 분야다.
아프리카 등 개도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유럽ㆍ일본은 물론 중국도 결국 미국 편을 들 수밖에 없어 교토체제는 붕괴될 것으로 보인다. 교토체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됐던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미국체제'에서는 선진국에 편입될 수밖에 없으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한편 한국에서 탄소배출권 사업은 교토체제의 청정개발체제(CDM)로 오는 2012년이면 수명이 끝난다. 지금 이 사업을 시작하면 2년 후 배출권이 발급되므로 사업성이 없다. 또 유럽이 최빈국에만 자격을 주자고 주장하고 있어 한국ㆍ중국은 자격을 잃을 수 있다. 특히 한중이 배제될 것이 확정적인 산업용 가스 배출권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남아 시장 확보 적극 나서야
반면 벌목방지탄소배출권은 미국ㆍ일본ㆍ유럽보다 한국이 먼저 정부 차원에서 동남아 국가와의 긴밀한 협조로 선점해야 한다. 이 배출권은 국가 대 국가 또는 국가적 펀드로 거래될 확률이 높아 한국 정부, 특히 산림청이 나서야 한다.
포스트(post) 교토체제의 틀에 대한 논란과 이견이 많다 보니 새 기후변화협약에 대한 합의는 새 체제가 시작되는 2013년을 코앞에 둔 2012년에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2012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개최될 한국에서 교토체제를 대신할 새 협약이 발표되면 한국 도시 이름을 딴 새로운 기후체제가 생겨 해당 도시는 교토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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