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단을 도입하기로 했다. 카드사 정보유출 이후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퍼지면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금융회사들이 개인식별정보로 사용되는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대체할 방안이 마련되는 대로 금융회사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오는 8월부터 시행할 개인정보보호법에는 민간과 공공기관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다만 개인식별이 중요한 금융회사는 예외로 했다. 금융위도 내부 검토 결과에서 주민번호를 대신할 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 역시 "주민등록번호가 대부분의 경제활동에 사용되기 때문에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은 모든 국민이 갖고 있으면서 주민등록증에 있는 사진과 지문처럼 해당 번호가 있어 본인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대체재를 찾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카드사 정보유출로 생년월일이나 출생지 등의 정보를 갖고 있는 주민번호의 수집과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방향이 바뀌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외국의 사례를 참고해 주민등록번호와 함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없는지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시함에 따라 당국은 대안을 만들어 내놓아야 할 상황.
주민등록번호 대체수단은 지난 2011년 정부가 추진한 바 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전자주민등록증을 도입하면서 주민증 발행번호 도입 법안을 추진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1999년 주민등록증을 갱신한 후 갱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고 주민등록번호는 전자주민증 카드 안 반도체(IC)칩에 넣어 보호하는 방안이다. 전자주민증 겉에는 개인정보가 들어 있지 않도록 무작위로 선정한 숫자를 표기하고 금융거래를 포함해 일반적인 민간활용에 사용하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전자주민등록증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주민증 발행번호도 사용이 확산되면 제2의 주민등록번호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개념으로 정보보안학계에서 제안하는 대체수단은 공통식별번호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5일 열린 제2회 개인정보 국제학술세미나에서 공통식별번호(common PIN)를 도입하자고 주장했다. 현재 오스트리아에서 활용하고 있는 이 방법은 먼저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번호의 경우 우리나라 안전행정부와 같은 정부기관에서만 관리하고 일반 기관이나 기업 등에는고유의 번호만 발행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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