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가 만난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의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야기의 핵심은 오세훈 전 시장도 과도한 뉴타운지정과 개발사업 공약들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감했지만, 정치인으로서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곧 박 시장은 '표'를 포기하고서라도 뉴타운 출구전략을 발표해 '악역 아닌 악역'을 맡아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는 표현이기도 했다. 이 말은 곧 박 시장이 '뉴타운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라는 의미다.
하지만 지난 24일 서울시가 본지의 '오세훈표 산업뉴타운 폐기'기사에 대한 해명자료는 앞으로 박 시장도 서울시의 미래가 아닌 '폭탄 돌리기'에 동참하겠다는 생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올해까지 서울시내 30개 지역을 선정해 산업뉴타운을 구상한다는 것은 지난 2007년부터 계획됐지만 지금까지 60%인 18개 지역은 지구 선정조차 하지 못했다. 3조4,000억원으로 책정됐던 예산도 이미 선정된 12개 지구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지난 5년간 1.5%인 500억여원 밖에 집행되지 못했다. 오는 2017년까지 7만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10조원의 경제유발 효과를 거두겠다는 오 전 시장의 구상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그럼에도 박 시장은 산업뉴타운 정책은 꾸준히 진행해온 사업으로 일부 문제가 있지만 재검토가 아닌 지속적 보완ㆍ발전시킬 계획임을 내비쳤다. 10년의 사업기간 중 5년 동안 사업 타당성조차 검증 받지 못한 기획안을 계속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찬반이 팽팽히 맞서 있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은 용도폐기하면서 지난 5년간 온갖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진척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산업뉴타운에는 3조원이 넘는 예산을 계속 쏟아붓겠다는 박 시장의 판단이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뉴타운 폭탄 돌리기의 피해자를 자임하고 나선 박 시장이 다시 미래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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