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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자, 그리고 어린이 학살

마리아는 팔레스타인 가자의 자말리아에 사는 웃음 많은 어린 소녀다. 그녀는 언니 소마이아와 놀 때가 가장 즐겁다. 그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난 2일 낮에도 태어난 지 8개월밖에 안된 동생 사드 옆에서 언니와 장난을 치고 있었다. 어른들은 전쟁과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마리아에게는 딴 세상의 일일 뿐이다. 그런데 이날 어디선가 나타난 이스라엘 탱크의 육중한 소리에 묻혀 마리아의 웃음소리는 더 이상 이 세상에서 들을 수 없게 됐다. 같은 날 레바논 중부 나바티예에 살던 아드난 알-카라케씨의 6자매들도 어머니와 함께 집에 있다가 이스라엘 폭격기가 떨어뜨린 폭탄에 짧은 생을 마감했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가자에서는 아직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젖먹이에서부터 친구들과 신나게 놀아야 할 어린이까지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죽어가고 있다. 유니세프(UNICEF)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희생된 어린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레바논에서 177명, 가자지구 35명 등 벌써 210명이 넘는다. 부상을 당한 어린이는 1,100명에 이른다. 제네바 협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격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미국은 지난달 31일 어린이 37명을 포함 64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를 낸 ‘카나 학살’에 대해 ‘끔찍한(terrible)’ 일이지만 ‘범죄(crime)’는 아니라며 이스라엘을 두둔했다. 이스라엘의 올메르트 총리는 한발 더 나가 2일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헤즈볼라가) 유니폼을 입지 않고 있는데 400명의 사망자가 모두 무고하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헤즈볼라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면 모두 테러리스트로 볼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레바논 남부의 모든 민간인이 ‘학살 대상’이라는 것이다. 소름끼치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외신에서는 4일에도 이스라엘의 ‘실수’로 레바논에서 또 어린이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실수’는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스라엘과 미국도 “‘유감’이지만 ‘살인’은 아니다”는 말을 되풀이할 것이 분명하다. 전세계가 이 전쟁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바논과 가자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비극이 절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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