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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세계 통해 삶을 보다

[프리뷰] 무용 '이미아직'

안애순 예술감독의 신작 '이미아직'의 리허설 장면. /사진제공=국립현대무용단


죽어 굳어버린 몸은 빳빳하게 경직돼 통통 튀어 돌아다닌다. 반대로 넋이 빠져나간 몸 껍데기는 팔다리를 늘어뜨려 흐느적거린다. 귀신을 실제로 본다면 저런 모습이리라. 무용수들은 "몸은 이미 죽었으되, 영혼은 아직 떠나지 못한" 죽음 직후의 상태를 이처럼 표현했다. 허리를 뒤로 젖힌 채 머리를 늘어뜨려 관객을 응시하는 '뒤집힌 얼굴'은 무대를 돌아다니며 허우적댄다. 연체동물처럼 몸을 꼬고 꺾어 움직이면서도 눈은 똑바로 정면을 향하고 있어 괴기스러움은 배가 된다.

국립현대무용단 안애순 예술감독 안무의 신작 초연작 '이미 아직(Already Not Yet)'의 한 장면이다. 전통 장례문화에서 상여를 장식하는 나무인형인 '꼭두'를 모티프로 한 이 작품은 죽음의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삶을 성찰하게 한다. 꼭두새벽이라는 단어가 있듯 꼭두의 시간은 가장 이른 새벽이며 새 날의 기운을 머금은 밤의 끝자락이다.

올해 2월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된 14명의 무용수들은 몸에 대한 연구를 극단까지 몰아갔다. 그 결과, 눈알과 혓바닥의 움직임까지 미세하게 표현해 영혼의 떨림까지 잡아낸다. 벗은 등짝에 손바닥 자국이 시뻘겋도록 쳐대거나, 맨몸으로 안전장치 없이 바닥에 꽈당 쓰러지기를 반복하는 가학적인 장면은 '봐 내기가' 쉽지 않다. 안 예술감독 특유의 꺾는 듯한 분절적 움직임과 불규칙한 반복행동은 분위기를 고조시켜 죽음 체험의 순간으로 끌어올린다. 숨쉬기 힘들 정도로 죽을듯한 고통을 무용수와 관객이 함께 경험하게 된다. 고래 뱃속처럼 꾸며진 무대는 미술가 주재환이 '조선민담집'에 수록된 고래 설화를 차용해 죽음과 삶의 전환적 공간을 꾸민 것으로, 죽음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극대화한다.



갑작스런 불의의 죽음을 마주한 최근의 사건들이 떠오르거나 생사에 대한 고뇌가 많은 사람이라면 관람이 힘겨울 것 같다. 하지만 꾹 참고 본다면 고통의 끝에서 희열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공포영화 '링'이나 '식스센스'의 한 장면 같은 섬뜩함도 있다. 그러나 진혼곡이자 살풀이로써 죽음의 응어리를 풀어내 그 상처를 예술적으로 치유하기에 볼 만한 작품이다.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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