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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짜리 자녀 집에 얹혀 살거나 고가차 있으면 기초연금 못받아

■ 기초연금 시행령 개정안


김모(75)씨는 지지난해 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부터 서울 강남의 아들 집(시가 14억원)에서 살고 있다. 본인 몫으로 별다른 소득과 재산이 없는 김씨는 매달 10만원 가까이 나오는 기초노령연금을 받아왔다. 그는 이달 초 기초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7월부터 연금이 지금의 두 배로 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그러나 김씨는 6월을 끝으로 더 이상 기초노령연금도, 기초연금도 받지 못한다. 앞으로는 자녀 명의의 고가 주택에 살거나 고급 자동차를 가지고 있는 노인들은 기초연금 수급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기초연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안, 기초연금법 고시안을 8일부터 28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7일 밝혔다. 지난 2일 국회에서 만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 매월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기초연금법이 통과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수급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담았다.

기초연금은 수급 대상자의 월 소득과 자동차·집·금융재산 등까지 고려한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지급되는데 이날 발표된 시행령·시행규칙을 보면 고가의 자동차와 주택의 소득 인정폭은 확 키우고 근로소득은 반영 정도를 낮췄다. 타워팰리스에 사는 어르신은 기초연금을 받지만 경비로 일하는 어르신은 월급 때문에 기초연금을 못 받는 기존의 불합리성 없애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자녀 명의의 6억원(시가표준액) 이상 주택에 사는 어르신은 해당 주택 가격에 0.78%를 곱하고 12개월로 나눈 만큼을 매월 소득(무료임차소득)으로 간주하게 된다. 6억원짜리 집은 이런 무료임차소득이 39만원이고 10억원짜리는 65만원이다. 소득인정액 기준으로 단독가구는 87만원, 부부가구는 139만2,000원 이하여야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각각 14억원(91만원 인정), 22억원(143만원 인정)짜리 자녀 집에 살고 있다면 실제 소득이 없더라도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차량 연한 10년 미만의 고급 자동차(배기량 3,000㏄ 이상 또는 차량가액 4,000만원 이상)나 값비싼 골프·콘도 회원권 등을 가지고 있는 어르신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재산 유형과 관계없이 모든 재산가액을 합쳐 대도시 거주자는 1억800만원, 농어촌은 5,800만원까지 공제해 소득인정액에 포함하지 않았지만 7월부터는 사치성 재산을 모두 100% 소득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치로 현재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1만5,000여명은 7월부터는 기초연금을 한 푼도 못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근로소득은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마찬가지로 월 48만원을 정액 공제하되 7월부터는 다시 30%를 추가로 덜어낸 뒤 소득인정액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홀로 사는 노인의 월급이 148만원이라면 현재는 소득인정액이 100만원이지만 앞으로는 70만원((148만원-48만원)×0.7)으로 낮아져 다른 연금이나 재산의 소득인정액이 17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일하는 노인들의 근로 의욕을 꺾지 않으려는 조치로 2만가구 이상이 새롭게 기초연금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공무원 연금 등 특수직역연금 수급자와 배우자는 기초연금 대상이 아니지만 장해·유족 연금 일시금 수급자는 연금을 받고 5년이 지날 경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의 첫 지급일은 오는 7월25일이다. 기존 기초노령연금 수급자는 별다른 절차 없이 자격 조건이 바뀌지 않았다면 자동으로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오는 7월 새롭게 기초연금 수급 자격을 얻거나 만 65세 생일을 맞는 경우 6월에 기초연금을 신청해야 7월 제때 받을 수 있다. 자격 조건을 확인하는 데 1개월가량 걸리기 때문이다.

기초연금 수급 자격이나 신청 방법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복지부 콜센터(129)나 국민연금공단 콜센터(1355)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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