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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성장 對 분배론의 정답


[홍현종의 경제 프리즘] 성장 對 분배론의 정답 hjhong@sed.co.kr 수십 달러 일당을 벌기 위해 몸 하나만을 밑천으로 차별의 땅 한국으로 몰려가는 젊은 여인들. 그들의 모국에서 한 재벌이 자신의 결혼식 축하곡 2곡 값으로 미국인 유명 가수에게 안겨 준 돈은 물경 220만 달러. 러시아 오늘의 일이다. 과연 이곳이 사회주의 국가였던 가를 의심할 화려한 거리. 그 한 켠에서는 한 10대 소녀가 발가벗은 채 웅크리고 지나는 행인들에게 구걸을 하는 충격적 사진 한 장이 최근 외신을 탔다. 중국 얘기다. 차별을 없앤다는 사회주의가 간판을 내린 지 불과 10여년. 러시아와 중국의 빈부격차는 이처럼 원조 자본주의국들 보다 한술 더 떠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성장과 분배 사이의 상관관계를 이론적으로 밝힌 최초의 경제학 이론은 이른바 ‘쿠츠네츠 커브’(Kuznets Curb)다. 이는 성장의 초기 단계엔 분배가 악화되다가 어느 정도 소득수준에 이르면 분배가 개선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으로 성장 우선론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이대로라면 중국과 러시아의 분배 상황은 시간이 가면서 나아져야 한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경제가 성장함에도 분배 상황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는 사례는 지난 1998년 이후 한국의 경우가 우선 그렇다. 그리고 미국 일본 등 많은 선진권 국가들에서도 최근 수년 나타나는 현상이다. 성장이 분배를 개선시킨다는 쿠츠네츠 가설의 한계를 말해주고 있다. ▦성장과 분배에 대한 핏발 선 논쟁의 결론은 여전히 유보적 상태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최근 상황은 분배주의자들의 열세 쪽으로 기울고 있다. 무엇보다 분배 우선주의를 내세운 집권층의 아마추어리즘으로 인한 경제 정책의 난맥상이 주원인일 듯 싶다. 파이를 키워는 일에 치중해야 한다는 성장론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형세다. 성장과 분배의 우선 순위에 대한 끊임없는 논쟁 뒤 한국적 특수 상황 속에 정작 간과돼버리는 매우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우리사회 ‘경쟁에서의 도덕적 해이’의 문제다. 성장 위주의 정책에 선행적 조건은 경쟁에서의 공정성 확보다. 성장을 해야 분배의 기회가 생긴다는 타당해보이는 주장의 뒤에 꼭 필요한 대전제는 도덕적 해이가 없는 바로 경쟁의 투명성이다. 대한민국에서의 ‘성장과 분배론’이 그토록 치열한 이슈가 돼 온 것은 사안 자체보다 정책 시행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이 분배 우선의 논리로 연결됐기 때문인 측면이 있다. ▦공정성을 잃은 게임. 쿠츠네츠 가설이 그저 가설일 수 밖에 없게 하는 요인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그 중 하나. 한국 사회를 온통 뒤흔들며 없는 사宕湧?사회에 대한 불만을 키워온 것, 이를 테면 부동산 문제 같은 경우다. 조세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주택자산 소유분포에 따른 지니(Gini) 계수는 무려 0.714로 나타났다. 이 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부의 불평등도가 커진다. 소득 기준 0.3 정도인 이 지수가 보유 주택 자산 기준으로는 2배를 넘어서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 부동산 값이 빈부 격차를 이처럼 ‘유별나게’ 벌여놓는 이 땅의 현실이 수치로 확인되고 있는 거다. 제도가 게임의 공정성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사례는 부동산 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 나라에는 여전히 공정하지 못한 제도, 환경으로 인해 경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는 일들이 곳곳에서 적잖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인들은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자조적 비난만을 할 일이 아니다. 그 뒤에 자리잡고 있는 우리 경제 사회의 불공정 관행들이 바로 문제다. 성장 대 분배간의 지리한 논쟁의 결론은? 당연히 성장과 분배가 같이 가는 것이 옳다. 성장 없는 분배가 가능치도 않은 것처럼 분배 없는 성장이라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부와 민간 부문이 힘써 나가야 할 일은 성장과 분배 논쟁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유경쟁체제, 누구나가 경제 활동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저 만드는 일이다. 입력시간 : 2005/09/2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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