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번 춘절(春節ㆍ설날)엔 아무래도 못 갈 것 같소. 이 곳 막장엔 내가 꼭 있어야 하거든. 어머니께 잘 말씀 전해 줘요." 중국 최대 탄광지역인 산시(山西)성 다퉁(大同)에서 413미터의 지하 갱도를 매일 오가며 석탄을 파내고 있는 광부 니우수린(牛树林ㆍ55)씨는 "1년에 딱 한 번 노모를 뵈러 가는 고향길인데 폭설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며 한 숨을 내쉬었다. 다퉁지역 20만여명의 광부들은 니우씨 처럼 설날 귀성 계획을 접어야 했다. 지난 1월부터 중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50여년만의 최악'으로 기록될 폭설로 중국 전역에 석탄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중국 정부에서 석탄 비상 생산체제를 발동했기 때문이다. 중국 남부지역에서 시작된 폭설사태의 파장은 중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석탄 수출중단으로 국제 석탄가격은 3주째 사상최고치로 치솟았고, 구리ㆍ아연ㆍ니켈 등 국제원자재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중국발 나비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춘절 전에 기승을 부렸던 중국의 한파는 다시 남하하면서 동·남부 지역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중앙기상대는 13일 동북ㆍ화북 지방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찬 공기대가 남하하면서 앞으로 사나흘간 동부연안과 남부 지방에 한파를 몰고 올 것이라며, 광저우(廣州) 기상대도 11일 오전 다시 한파 오렌지경보를 발효했다. 폭설과 한파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함께 연초부터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발 나비효과'는 가장 먼저 국제 석탄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정부의 석탄수출 중단조치 발표 영향으로 지난주 아시아의 석탄가격은 34%나 치솟았고, 11일 호주 뉴캐슬산 발전용 석탄 가격은 전주대비 34% 급등한 톤당 125달러를 기록했다. 또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석탄은 지난 8일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높은 79.38달러에 거래됐다. 중국산 비중이 높은 철광석ㆍ아연ㆍ구리 등의 국제시장 가격도 급상승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세계적 투자은행들은 2008년 철광석 가격 인상폭이 3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50%대의 상승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국제상품시장의 '차이나 쇼크'가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제럴드 버그 광물ㆍ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아시아ㆍ태평양 원자재 시장에 공급하는 석탄은 400만~500만톤이나 된다"며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에 따라 국제시장에서 연간 계약가격이 책정되는 오는 4월 1일까지 석탄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이 폭설 피해를 수습하고 금속 제련소를 다시 열기까지 수 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철광석과 구리 공급 부족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될 경우 철강ㆍ조선ㆍ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제품가격 인상인상이 불가피해져 중국 남부지역에서 시작된 폭설이 글로벌 경제를 인플레이션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는 악성 연쇄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여기에다 이번 폭설을 계기로 물가불안이 증폭될 경우 중국경제의 경착륙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중국의 물가전선에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선밍가오(沈明高) 씨티은행 수석분석가는 "최근 발생한 폭설로 중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궈타이췬안(國泰君安)증권은 "1월 CPI 상승률이 6.8% 이상을 기록할 것"이라며 "통화팽창 압력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물가전선은 이번 폭설사태로 피해지역의 채소가격이 한 달새 두 배 이상 오르는 등 생필품과 식료품 가격을 중심으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3년만에 최고치인 11.4%를 기록했던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이번 폭설의 영향으로 크게 주저앉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바클레이은행은 "중국 경제의 과열이 올해 식기 시작해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8.8%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고, 리먼브러더스는 "수출둔화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둔화된 9.8%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앞서 우이(吳儀) 중국 부총리는 지난달 말 남부지역 폭설사태의 심각성을 지적하면서 "중국 정부는 물가상승 억제정책을 지속하는 한편, 경기과열 방지를 위해 올해 경제성장목표를 8%로 낮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이후 지속된 폭설 및 혹한으로 구이저우(貴州)ㆍ후난(湖南)ㆍ후베이(湖北)ㆍ안후이(安徽)ㆍ장시(江西)ㆍ광시(廣西)ㆍ충칭(重慶)ㆍ광둥(廣東)ㆍ티벳ㆍ상하이(上海) 등에서 1억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이번 재난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은 530억위안(약 6조9,700원)을 넘어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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