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글로벌 단일세계가 확산되면서 노동자의 적은 회사 또는 국가가 아니라 세계화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노동계에서도 국경을 초월한 노조간 합병(M&A)이 처음으로 이뤄져 주목을 끌고 있다. 26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은 영국 최대 노조인 유나이트(Unite)가 미국의 대표적 강성노조의 하나인 철강노조(USW)와 합병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영미 노조의 합병을 계기로 국제노동계에서는 경제의 글로벌화가 확산되면서 각국 노조가 국가의 틀을 벗어던지고 글로벌 단일 노조로 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 전단계로 각국 노조간의 국제 연대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유나이트 노조의 앤드루 머레이 대변인은 “지난 주 유나이트와 USW가 합병의 세부 작업을 완료했다”며 “오는 6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릴 예정인 USW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합병을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노조는 향후 글로벌노동자연합(United Global Workers’ Unionㆍ가칭) 등 새로운 기구를 조직, 활동해 나갈 계획이다. 유나이트는 영국과 아일랜드 등지에서 일하는 총 200만명의 노조원을 거느리고 있으며, USW의 노조원도 100만명에 이른다. 유나이트는 지난해 영국제조업노조인 아미쿠스와 운송노조인 T&G가 합병해서 만들어졌다. 머레이 대변인은 두 노조의 합병 배경과 관련, 기업들의 다국적화 추세에 맞춰 노조도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점을 들었다. 그는 “세계화로 노동자의 권익이 갈수록 떨어져 국제 연대의 필요성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이런 추세로 가다 보면 머지 않아 남미ㆍ아시아ㆍ동유럽 등도 관할하는 슈퍼 국제노조도 출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글로벌 노조의 출현 조짐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1월에는 영국의 제조업 노조인 아미쿠스와 독일 엔지니어링 노조인 IG-메탈, 미국의 대형 철강 노조 USW 및 기계산업 노조 IAM 등 4개 노조가 다국적 회사에 대항하기 위해 연대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연대협정일뿐 조직을 하나로 만드는 합병은 아니었다. 각국 노조 대표들이 국제 연대 또는 합병을 통한 조직 단일화에 집착하는 배경에는 노조원 수가 차츰 줄어드는 것도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노조 결성으로 다국적 기업과의 협상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제대로 관철할 수 있다면 노조원의 수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다국적 기업이 나라별로 노동자들을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점도 글로벌 노조 결성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과거 아미쿠스에서 사무총장으로 활동한 데릭 심슨은 “노조 형태가 기업별 노조에서 산별 노조로 이제는 글로벌 노조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10년 정도면 세계 각국을 포괄하는 다국적 노조단체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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