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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를 벗어나 동북쪽으로 꼬박 7시간여를 달려가면 걸프만에 인접한쿠르사니야 지역에 닿는다. 아파트 10층 높이의 강철 실린더와 수㎞에 달하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이 복잡하게 얽힌 이곳은 걸프만 해상 유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카란(KARAN) 가스처리시설공사' 현장이다. 이곳에서는 낯익은 로고의 안전모를 쓴 건설사 직원들을 발견할 수 있다. 20m 앞이 잘 안보이는 거친 모래바람과 5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 '가스처리시설' 패키지를 맡고 있는 현대건설 직원들이다. 현대건설이 이 사업을 수주한 것은 지난 2009년 2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ARAMCO)가 발주한 '카란' 프로젝트 4개 패키지 중 총사업비 14억2,000만달러로 가장 규모가 큰 패키지다. 이 사업 수주에는 그해 초 마무리지은 쿠라이스 가스처리시설 공사 성공이 밑바탕이 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현지에서 PQ(사전적격심사) 승인이 나지 않아 입찰 참여조차 없었지만 쿠라이스 프로젝트 성공을 계기로 카란 가스처리시설 공사의 단독 수주라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프로젝트는 3개의 가스 트레인 시설과 1개의 주입시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주입시설 공사는 착공후 12개월안에 끝내야 하는 등 공기가 촉박했다. 하지만 현대는 착공 7개월만에 공사에 필요한 가설 숙소는 물론 101만5,860다이아인치(Dia-inchㆍ플랜트배관 단위)의 배관과 2만8,343톤의 철골을 가공할 가설 배치시설 공사를 마무리지은데 이어 지난 6월 성공적으로 주입시설 공사를 마무리지었다. 특히 주입시설의 조기 완공은 오프쇼어(Offshoreㆍ해상 플랜트)와 파이프라인(Pipeline)을 맡은 다른 패키지에도 영향을 미쳐 프로젝트 전체 공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 회사 박성붕 현장소장(상무)은 "쿠라이스 프로젝트에서 경험을 쌓은 직원들이 카란 가스처리시설 공사에 적극 합류해 공사 초기부터 전문화된 프로젝트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특히 현장 배관 용접 과정에서 생긴 전문 용접기능공 부족 문제를 자동 용접기 도입으로 해결해 발주처의 신뢰도를 높이기도 했다. 수작업을 통한 용접에 필요한 수백명의 숙련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데다 기존 방식으로는 공기를 맞추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는 자동용접의 단점인 용접 불량률도 크게 낮처 발주처가 이를 우수 신기술 적용사례로 꼽기도 했다. 박 소장은 "단순한 기술력 외에도 제3국 근로자가 대부분인 현장에서 무재해 2,000만시간을 달성하는 등 현장 관리 측면에서도 발주처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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