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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씨 일가 비자금 파헤쳐야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비영리 인터넷 언론인 뉴스파타는 국제탐사보도언론인회(ICI)의 자료를 4차로 공개하면서 전씨가 2004년 7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명단이 공개되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의 한 부분일 수도 있는 일이 탈세행위로 낙인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뉴스타파의 탐사보도는 탈세와 비자금의 해외도피를 막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 지명된 4차 발표는 이런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숱한 의혹만 제기됐을 뿐인 정치비자금의 해외도피가 이번 발표로 인해 사라지기 바란다. 그러자면 전씨의 페이퍼컴퍼니가 비자금 도피통로로 사용됐는지를 밝혀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며 증세 없는 복지재원 마련의 주요 수단인 지하경제 양성화 차원에서도 탈세와 비자금 도피 의혹은 철저히 파헤칠 필요가 있다.



마침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포착하고도 덮었다고 의심 받는 검찰이 전담팀을 꾸린 상황이다. 검찰의 비자금 인지시점과 페이퍼컴퍼니 설립연도가 2004년으로 동일하다는 점을 단순한 우연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불법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이 추징됐으나 전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며 1,673억원을 미납한 전 전대통령에 대한 공소시효 연장과 추징이 이뤄진다면 조세정의 실현은 크게 진전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대목도 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한국인에 대한 정보가 지금처럼 띄엄띄엄 발표돼도 좋은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법이 허용하는 한도에서 일괄발표를 하거나 명단을 국세청에 넘기는 게 불필요한 오해와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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