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에게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이 책은 역사 소설가인 저자가 1926년부터 1989년까지의 일본 근현대사를 강의한 내용을 엮은 것이다. 복잡한 세계 정세와 일본의 극단적인 군사적 행보, 천황과 정치 권력의 흐름,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맞물리며 성난 기차처럼 전쟁을 향해 질주해가는 일본, 그리고 쓰라린 패배를 경험한 후 연합군의 점령하에서 고도 경제성장을 통해 다시 일어서는 과정까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철저히 다른 나라, 경제적ㆍ정치적 위치에서 영원한 동반자이자 라이벌 관계인 일본의 근현대사를 일본인의 일반적인 시각에서 들여다 본다는 데 특별한 의미를 둔다. 일본이라는 한 나라의 역사를 넘어 세계사의 흐름은 물론 이데올로기보다 실용주의에 무게를 둔 국가 정책이 국가와 국민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가도 살필 수 있다.
일본이 전쟁으로 치닫는 과정은 자세하고도 긴박감이 넘치게 서술된다. 그 동안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았던, 전쟁을 일으킨 일본의 속사정, 최악의 선택으로 일본을 몰고 간 장본인들의 대책 없는 모습과 그 속에 숨겨진 비화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또 전후 일본이 너무 쉽게 연합군 앞에서 순종적인 아이처럼 '변신'했던 역사에 대해 자성적인 비판도 던진다. 대표적인 예로 종전 3일 후 연합군을 맞기 위해 '특수위안시설협회'를 설치, 1억엔의 예산을 마련해 위안부 1,300여명을 모집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강자 앞에선 철저하게 비굴해지는 일본인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꼬집는다.
일본은 서구 선진국의 토지 개혁과 산업 기술, 자유주의 경제 정책 등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질주한다. 세계 대전 후 냉전이라는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일본은 정치적 격변을 겪으면서도 경제 발전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며 실용주의 국가로 변해간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날카롭게 역사를 서술하는 저자의 능력은 '일본에서 가장 탁월한 역사 선생'이라는 평가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각권 1만 8,000원(총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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