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유병언 전 세모 회장 일가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빌린 돈을 계열사에 고리로 대출해준 것과 관련해 시설 및 운용자금 유용 혐의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6일 "금융기관에서 낮은 금리로 시설 구입자금이나 운영자금을 대출 받아 그 용도에 쓰지 않고 계열사에 대출해줬는지 보고 있다"면서 "대출한 기업이 대출금을 용도 외로 썼는데도 금융기관이 이를 회수하지 않았다면 여신심사 및 사후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기업이 공장 설립이나 기계 도입 등을 위한 시설자금을 빌렸을 경우는 대출금을 바로 해당 납품업체에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운영자금 역시 해당 기업의 경영이 아닌 계열사를 위해 빌려주는 것은 용도 외 사용에 해당한다.
금융기관 역시 여신심사시 이처럼 다른 용도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은행 내규에는 대출약정서에 용도 외 사용시 은행이 대출금을 즉시 회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 당국은 유 전 회장 계열사가 은행에서 저리로 대출 받은 돈이 계열사 고리대출에 쓰였다는 점이 밝혀지면 은행의 내규 위반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유 전 일가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저리로 빌린 돈이 계열사 간 복잡한 자금대여 과정에 활용됐는지 파악 중이다.
유 전 회장 일가 계열사는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1~3% 수준의 이자를 지급했지만 계열사 간 거래에서는 7%의 금리를 적용했다.
도료 제조·판매업체인 ㈜아해는 지난 2011년 산업은행으로부터 2억4,500만원을 1%대의 금리로 대출 받았다. 자금 용도는 노후시설 교체로 에너지절약 시설투자를 지원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기금을 통해 정책자금을 대출 받은 것이다. 계열사인 자동차 부품업체 온지구도 지난해 7월 기업은행으로부터 1.5%의 금리로 에너지이용합리화기금을 통해 1억9,400만원을 빌렸다.
청해진해운은 금리가 싼 엔화자금을 이용해 산업은행에서 최저 3.85% 이자율로 단기대출을 받았고 문진미디어는 기업은행에서 3.83%의 이자율로 62억원을 단기차입했다.
반면 트라이곤코리아는 지난해 국제영상으로부터 7%의 이자율로 3억9,720만원을 빌렸고 국제영상은 2012년께 트라이곤코리아로부터 같은 이자율로 4억6,600만원을 단기차입했다. 트라이곤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권오균 트라이곤코리아 대표에게 이자율 6.27%를 적용해 2억2,000만원을 빌렸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돈에 꼬리표가 없기 때문에 유 전 회장 계열사가 금융기관에서 저리로 받은 대출금이 다른 계열사로 넘어가 대여에 쓰였는지 파악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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