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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경제는 더이상 '이념' 아니다

남달리 코드 인사에 매몰됐던 노무현 대통령이었지만 예외는 있었다. 그는 참여정부 초기 카드 사태 등에 휘말려 경기가 걷잡을 수 없이 고꾸라지자 이헌재 전 부총리를 찾았다. 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시장의 바람에 못 이겨 결국 극단적인 ‘신자유주의 추종자’인 이 전 부총리를 부른 것이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인위적인 일자리라도 만들겠다”면서 잇따라 부양책들을 꺼내들었다. ‘한국판 뉴딜’부터 수차례의 중소기업 정책에 이르기까지 기자들의 혼을 빼놓을 정도로 경기를 띄울 정책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카리스마 부총리’도 종국에는 청와대 386 참모들과의 갈등을 이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한국판 뉴딜’은 참모들의 반발에 부딪혀 애초 이를 고안했던 관료조차 “이건 뉴딜이 아니다”고 고백할 정도로 용두사미가 돼버렸다. 그가 물러나고 한참의 세월이 지난 뒤 청와대는 “참여정부 경제정책에 딱 한 번 잘못이 있었다”며 ‘한국판 뉴딜’을 중심으로 한 이 전 부총리의 정책을 향해 화살을 던졌다. 초록은 동색이던가. 노 대통령은 말로는 경제를 외치면서도 “인위적 경기 부양은 하지 않겠다”는 모토를 넘어 ‘이벤트 정책’에 거부감을 보이면서 경기 현장을 찾는 것을 피했다. 따지고 보면 참여정부 5년은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현실과 좌파적 이념 고수라는 명분 사이에서 허둥댄 세월이었던 셈이다. 기업인들이 참여정부를 향해 뚜렷한 증빙도 없이 ‘반시장ㆍ반기업 정부’라는 불만을 터뜨린 것도 대통령과 참모들 스스로가 자초한 일일지 모른다. 이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역설적이지만 행운아다. 노 대통령 재임 내내 화두였던 성장과 분배의 이분법적 선긋기에 염증이 난 국민들은 그가 당선 직후 내건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 일제히 박수를 쳤다. 국민들은 경제를 외치는 대통령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 설렘을 느끼며 금방이라도 경제가 살아날 것 같은 환상마저 품고 있다. 그것이 환영(幻影)일지언정 당선자는 “한번 해보자”는 국민적 응원에 둘러쌓여 있고 이는 분명 절호의 찬스다. 이제 그 힘을 승화시키는 일은 당선자의 몫이다. 국민은 지금 새벽에 시장을 찾고 점심에 생산 현장을 방문하며 저녁에 기업인과 만찬을 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그리워 한다. 그것이 비록 이벤트일지라도 국민과 스킨십을 함께 하고 그 속에서 열정을 불어넣는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다. 성장과 분배의 이념 논리는 그 뒤에 얘기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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