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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합쳐지는 유럽

지금처럼 ‘뭉쳐야 산다’는 말이 실감나는 때도 없을 것이다. 매일 ‘합치다(合)’라는 뉴스가 줄을 잇는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공화국에 한걸음 다가서고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글로벌 경제통합이 붐을 이루고 있다. 기업들은 잇따라 인수합병(M&A)을 통해 합치고 있다. ‘공든 탑이 무너질 리 없다’는 말도 있다. 오랫동안 인내하며 진행된 일은 결국 좋은 결과를 낸다. 최근 ‘미니조약(reform treaty)’에 합의한 유럽연합(EU) 27개국의 노력이 대표적이다. 유럽의 통합 과정은 제2차대전 이후의 EU 창설로부터만 한정하더라도 50년이나 된다. 그들의 노력은 때로 반걸음 후퇴하면서도 꾸준히 전진해왔다. 공동 화폐를 만들었고 이제는 함께 대통령도 뽑게 됐다. 기대치가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목표를 공유했기 때문에 이런 차이를 해소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가 폴란드의 ‘몽니’ 때문이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웃나라는 사이가 나쁜 법이다. 폴란드는 협상을 주도하는 독일에 대해 수백년 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 이런 폴란드가 인구비례투표권 조항에 반대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폴란드는 나치 독일의 폴란드인 대학살을 기억한다. 또 영국이 고유한 문화와 제도를 지키려 하는 것도 비합리적이지 않다. 영국은 유럽이자 유럽이 아니라는 것은 1,000년간 지켜온 영국인의 신념이다. 하루아침에 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의 결과는 유럽 국가들이 이들을 모두 아우르면서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두르지도 않고 처진 쪽을 버리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지구의 반대쪽에서 한국은 FTA 협상을 서두르고 있다. 한발이라도 늦으면 혹 경쟁에서 처질까 두려워하면서. 부작용이 있겠지만 훨씬 큰 이익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모든 반대를 가로막는다. 조급하게 이뤄진 일이 끝까지 좋은 결과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한미 FTA는 벌써부터 수선에 들어갔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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