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효과를 가장 빠르고 강력하게 반영하던 일본 금융시장이 핫머니와 단타족의 놀이터로 전락하면서 변동성이 큰 급등락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말부터 일본의 경기부양책에 주목하며 '바이재팬'에 나섰던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최근 차익을 실현하고 여기에 일본 데이트레이더들이 가세하면서 일본 증시의 변동성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증시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닛케이주식평균변동성지수'는 닛케이225지수가 6.35% 급락한 지난 13일 46.19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하루 만에 주가지수가 7.32% 빠지는 '13년 만의 대폭락'을 경험한 5월23일의 변동성은 43.74로 연중 두번째로 높았다. 직전까지만 해도 20선에 머물던 변동성지수가 최근 한달 사이 급등한 것이다.
이처럼 롤러코스터 장세가 나타난 것은 대외적으로 일본은행(BOJ)이 최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책을 보류한데다 정부의 성장전략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실망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해외 헤지펀드들과 단타족이 일본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헤지펀드의 경우 최근 6개월간 약 5조엔(500억달러) 규모의 일본 주식을 사들였다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과 중국의 경제지표 악화 소식에 주식매도에 나서며 변동성을 키웠다.
BNP파리바증권의 마루야마 순 수석 일본주식전략가는 "올해 일본 시장에 유입된 800억달러 중 80~90%가 핫머니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차례 주식을 사고 파는 개미 단타족도 급등락 장세에 편승해 저점에 매수했다가 고점에 매도하며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일본 증권감독 당국이 올해부터 주식매매 관련 규제완화에 나선 것도 이들의 활약을 부추기고 있다.
1월 일본 증권감독 당국은 기존 미수거래(외상거래)로 매입한 주식을 판 뒤 새로운 매매를 하기까지 3거래일을 기다려야 하는 규정을 변경해 미수거래 당일에도 수차례 매매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거래규모 중 미수거래의 비중이 규제완화 전 53%에서 65%로 커졌으며 개인 가운데 단타족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50%에서 60%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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