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전 회장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윈도 운영체제 등을 각각 내놓으며 디지털 시대를 이끈 주역들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9년 포천지가 선정한 '지난 10년간 최고의 CEO'로 뽑혔고 빌 게이츠는 37세 이후 13년간 세계 최고의 부자 자리를 지켰다. 1955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컴퓨터 대중화라는 시대적 전환기의 기회를 감지해 게이츠는 75년에 MS를 설립했고 잡스는 이듬해인 76년 애플을 세웠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공통점 만큼이나 차이점도 많다. 잡스는 사생아로 태어나 블루칼라 양부모 밑에서 자란 문제아였던 반면 게이츠는 변호사 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유명 사립고등학교를 거쳐 하버드대에 입학했다. 일본의 컨설팅회사 대표인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정보기술 업계의 최대 라이벌로 경쟁해온 잡스와 게이츠의 경영스타일을 비교 분석했다. 경영, 인물, 도전, 열정의 4가지 카테고리로 나눈 다음 12개의 키워드로 두 사람을 정리했다. 우선 경영스타일의 'CEO 능력' 면을 보면 '개척자 잡스'와 '수확자 게이츠'로 나뉜다. 잡스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전력을 쏟는 개척자이자 완벽주의자라고 저자는 분석했다. 반면 게이츠는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비즈니스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즉시 시장에 내놓고, 경험이 없더라도 과감히 기회를 잡는 현실주의자라는 점이 다르다. 저자는 잡스의 스타일을 '홈런형'이라며 아이팟ㆍ아이폰 같은 제품은 전세를 뒤집지만 실패작을 내 놓을 경우 "천국과 지옥을 왕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게이츠는 경영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 응용프로그램인 MS워드를 개발할 때도 MS-DOS에 기반한 매출을 '안전장치'로 뒀기 때문에 경영난을 겪지 않고 개발에 주력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시장 변화를 예견하는 능력에서 게이츠는 소프트웨어에 집중했고, 잡스는 하드웨어를 사랑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잡스는 70년대 중반에 PC 시대를 예견해 '애플1'을 팔아 1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85년까지는 잡스가 압도했으나 그 후 20년은 기기를 구동할 소프트웨어에 매달린 게이츠가 뛰어났다. 하지만 근래의 상황은 잡스가 다소 우세하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인재 확보 능력에서 게이츠는 실력있는 사람이 또다른 인재를 모으게 하는 데 반해 잡스는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꿈을 좇게 북돋운다. 신상품 개발 측면에서도 잡스는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지만 게이츠는 팔리는 제품을 만든다. 닮았으면서 또 너무나 다른 시대의 아이콘을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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