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고] 환율 정책을 보는 눈
입력2004-10-31 16:31:47
수정
2004.10.31 16:31:47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기고] 환율 정책을 보는 눈
신민영
신민영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겠지만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확대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원화가 급격히 절상되면서 수출환경이 악화돼 기업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신문지상에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고유가로 인해 물가압력이 급증하는 시점에서 환율을 절상시켜 수입물가 하락을 유도,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한걸음 더 나아가 물가 상승률 둔화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진작될 수 있기 때문에 내수경기 부양을 위해서라도 환율절상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듯했다. 이른바 내수살리기용 환율절상론이다. 과연 그럴까.
환율이 내려가면 수출이 어려워진다. 원화 판매가격을 일정하게 하기 위해 외화표시 가격을 올리자니 수출 자체가 어려워지고, 수출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화표시 가격을 그대로 두자니 채산이 맞지 않는다.
최근 환율과 수출실적간에 뚜렷한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환율이 내려가도 수출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몇몇 우량 대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일 뿐이고 중소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우량 대기업도 채산성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환율하락이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전체 소득이 감소하고 결과적으로 소비가 감소한다는 논리다.
결국 물가하락에 힘입은 내수증가 효과와 수출부진ㆍ소득감소로 인한 내수감소 효과 중에 어느 쪽이 더 클 것인가의 문제로 요약된다. 전자를 환율 하락의 가격효과라고 하고 후자를 소득효과라고 할 때 가격효과는 즉시 나타나는 반면 소득효과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소득효과가 가격효과를 압도하기 때문에 환율하락이 소비를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더구나 요즘처럼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바닥을 기는 상황에서 물가가 조금 하락한다고 해서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기는 어렵다.
경제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출부진과 소득감소가 우려되는데 약간의 물가하락으로 내수가 늘어날까.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포인트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환율이 대략 5%나 절상돼야 하는데 원ㆍ달러 환율이 50원 이상 떨어질 경우 그것이 우리 경제에 줄 직ㆍ간접적 충격은 가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논리를 떠나서 경기부양을 위해 환율을 절상시킨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상하게 들리는 것도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최근 수년간 원화가 상당히 절상됐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당시 명목환율이 크게 절하된 바 있으나 이후에 원화가 꾸준히 절상돼, 특히 실질실효환율 면에서 보면 올해 9월 현재의 환율수준은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97년 2ㆍ4분기보다 불과 0.6% 절하된 수준이며 무역수지가 균형에 가까웠던 93년보다는 오히려 4% 이상 절상된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이란 각국의 물가와 교역가중치를 고려한 환율면에서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개념이기 때문에 결국 외환위기 당시의 명목환율 상승에 힘입은 경쟁력 강화효과가 사실상은 거의 다 소진됐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우리 경제가 큰 폭의 상품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원화가 저평가돼서라기보다는 투자 등 내수부진의 결과로 수입이 줄어든 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결국 추가적인 명목환율 절상은 원화가 장기균형환율 이상으로 고평가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가 원화를 일부러 절상시키려 애쓴다거나 혹은 원화의 급격한 절상을 방치하는 것은 올바른 대처驛횬?아니며 이러한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적 혹은 통화정책상의 부담이 초래될 수는 있을 것이나 최근 논의되는 환율방어비용은 과다계상된 측면이 있다.
달러약세가 추세이기 때문에 정부의 시장개입을 전면 부정하는 것도 논의의 여지가 있다. 달러약세 분위기도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재정수지 적자나 경상수지 적자가 줄어들리라는 전망이 나오는 순간 강세 분위기로 반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입력시간 : 2004-10-31 16:31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