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변의 백대마는 아직 미생이다. 어떤 식으로든 한 수 들여 살아야 한다.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일까. 목진석은 침착하게 수를 읽었다. 가장 확실하게 사는 길은 백12의 자리에 두는 것인데 그렇게 살기가 어쩐지 좀 겸연쩍다. '과연 이기기는 이긴 바둑이 맞을까.' 목진석은 다시 한번 계가를 해보았다. 백은 좌상귀가 15집, 우상귀가 8집, 우변의 5집, 좌변하귀가 23집이며 덤이 따로 있으니까 합계는 57집반이다. 한편 흑은 상변이 12집, 우변이 5집 하변이 40집 가까이 된다. 좌변의 흑집은 백이 먼저 손을 쓰면 빅이 되니 제로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흑집의 합계는 57집. 게다가 백이 선수니까 하변의 흑진을 조금만 더 삭감하면 백승이 확실하다. 목진석은 우선 백8, 10으로 젖혀이었다. 흑11의 응수는 절대. 계속해서 그는 백12로 우변을 확실하게 살았다. 이세돌은 흑13으로 하변을 보강했다. 이때부터 목진석의 망설임이 시작되었다. 아직 하변에는 갖가지 뒷맛이 있다. 게릴라를 깊숙하게 침투시켜도 잘 잡힐 것 같지는 않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망설이는 사이에 배가 살살 아파왔다. 점심을 과식한 모양이었다. 복통은 점차 심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우선 좌변의 흑진을 제로로 만들어놓고 보자 그는 백14로 몰면서 머리 속에 참고도1의 흑1 이하 5를 그렸다. 그는 이 수순이 절대라고 믿었다. 한편 이세돌은 백14를 보고 생각했다. '이게 뭐지?' 순간적으로 스친 생각은 손빼면 어떻게 되는가였다. 참고도2의 백1이면 흑은 2에서 6으로 패를 하면 된다. 그는 주저 없이 손을 빼고 흑15로 못질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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