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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화두로 떠오른 고분양가] <상> 왜 아직도 분양가 논쟁인가

3년간 집값대책 900개 "시장만 잡았다"<br>땅값 비싸고 개발밀도 낮아 고비용구조 부채질<br>정부 장담과 달리 공영개발도 고분양가 해결못해<br>"집값 그대론데 분양가만 낮추면 또다른 부작용"


지난 2003년 초 참여정부 출범 이후 3년반이 넘도록 정부는 일관되고 강력한 톤으로 “아파트 분양가를 잡겠다”고 공언해왔다. 이후 3년여 동안 집값안정대책이란 이름으로 내놓은 직ㆍ간접적인 대책들이 무려 900개가 넘고 있다. 하지만 참여정부 반환점을 훨씬 넘긴 지금 정부의 집값안정책에 대한 전문가와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의지는 여전한데 “도대체 무엇을 잡았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분양가를 잡겠다는 목표에만 집착해 시장의 틀을 허물어뜨리려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규분양 아파트의 가격결정권이 관(官)에서 민간으로 넘어간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심각한 경기위기 속에서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규제를 푼 것이 98년 말이다. 불과 8년이 채 안돼 정부는 다시 공공택지에 대한 ‘원가연동제’를 부활시킨 셈이다. 일단 최근의 민간아파트 고분양가 논란은 가격결정권이 정부 통제에 놓인 공공택지 아파트와 여전히 업체 자율에 맡겨놓은 이중적 가격구조에서 비롯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지확보 방법과 자금조달 금리, 사업추진 방식이 전혀 다른 민간 부문에 공공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 ‘가격’을 단순 비교하려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단순히 업계의 ‘폭리’가 고(高)분양가 구조를 낳고 있다는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에는 이견을 제기하고 있다. 원가연동제가 적용된 판교 신도시 중소형 아파트조차도 당초 평당 1,000만원 이하에 분양될 것이라던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평당 1,200만원 가까이 치솟았었다. 지자체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개발한 은평 뉴타운 역시 평당분양가가 1,500만원이 넘었고 판교 중대형도 채권입찰제로 최종 소비자들은 평당 1,800만원대의 높은 비용을 치르게 됐다. 공영개발이 고분양가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라던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개발 형식에만 집착함으로써 정부 역시 고비용 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셈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박사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관계없이 분양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은 우리 주택사업 자체가 고비용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땅값 자체가 비싼데다 개발밀도도 너무 낮은 게 고비용 구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거래시장은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분양가만 낮춰 이를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관계자는 “시장의 분위기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없어진 게 아니라 잠시 숨을 돌리는 것 같다”며 “여전히 시장에서는 가격이 낮으면 언제든 사겠다는 대기수요가 잠복해 있다”고 말했다. 상승세는 한풀 꺾이긴 했지만 참여정부 3년간 잇따른 고강도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집값이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낮추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집값과 신규분양가가 함께 내려야 하는데 집값은 내리지 않고 분양가만 낮춘 것은 판교 신도시나 파주 운정 한라비발디 아파트의 예에서 드러났듯 높은 시세차익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감만 부풀릴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고철 주택산업연구원 원장은 “무수히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가 상실됐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분양가만 인위적으로 끌어내린다고 집값이 잡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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