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은 지난 12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중앙위원회를 열었으나 당 쇄신안에 반대하는 당권파가 회의를 지연시키다 단상을 점거하고 폭력을 행사해 9시간 만에 무기한 정회가 선포됐다. 진보당은 5일 전국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경선을 통해 선출된 비례대표 후보 총사퇴'와 '즉각적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을 이날 중앙위에서 추인하려 했지만 당권파 등이 격렬히 반대했다.
당권파 당원 100여명은 중앙위원 명부의 하자를 들고 나와 회의를 7시간가량 지연시키다 심상정 공동대표가 당권파도 동의한 강령개정안을 우선 처리하려 하자 단상을 점거했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조준호 공동대표는 당권파 당원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수차례 폭행을 당해 옷이 찢어졌다. 유시민 공동대표도 안면 등을 가격당했다. 주저앉은 심 대표는 진행요원들이 에워싸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이에 심 대표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얘기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말하며 무기한 정회를 결정했다. 회의 시작 전 폭력사태를 예상한 듯 당권파인 이정희 공동대표는 사퇴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심ㆍ유ㆍ조 대표는 중앙위의 폭력사태 속에 사퇴했다.
천호선 진보당 대변인은 "국민들과 당원들께 너무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 전했다.
부정선거에다 이날 폭력사태가 터지면서 진보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커지고 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대한민국 진보는 죽었다. 경기동부연합이라는 한 줌의 무리가 사정없이 짓밟는 민주주의 파괴 현장을 보고 있다"고 적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진보당 문제가 이번에 터진 게 다행"이라며 "진보당의 쇄신을 위해 강력한 압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당 대표를 폭행해 병원으로 실려 보내는 진보당은 자진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권에서 종식돼야 할 폭력사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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