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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같은 풍경 “그것은 현실이었다”

김영배 ‘시간1’ /사진제공=옵시스아트

김영배 ‘시간Ⅳ’ /사진제공=옵시스아트

재독작가 김영배 개인전, 옵시스아트 16일까지

초현실적 분위기 파괴된 풍경에 관한 ‘텅빈 기억’

무너져 내린 계단, 사람이 떠나버린 집, 나무들이 말라죽어 가는 앙상한 숲, 기둥만 남은 건물 그리고 누런 모래바람 뿐인 인적 끊긴 기찻길. 황량하기 그지없는 이 버려진 풍경들은 ”어쩌면 꿈” 혹은 “차라리 꿈”이라고 하고 싶은 장면들이다. 세상에 없는 듯 초현실적인 분위기는 작가가 힙겹게 유지한 대상과의 거리감과 객관적 태도 덕분이다. 마치 그림은 연출해 놓은 무대를 보는 듯 ‘연극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모든 풍경들은 작가의 경험과 기억에 기반 한 현실의 단면들이다. 그래서인지 더욱 쓸쓸하다.

25년 째 독일에서 활동 중인 작가 김영배(54)의 개인전 ‘엠티 메모리(Empty Memory)’가 소격동 옵시스아트에서 열리고 있다. 1987년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열린 개인전이라 한국에서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지만 독일에서는 유학시절 니더작센주(州) 미술 공모에서 대상을 받아 수상작이 주청사 장관실에 걸려있는 등 주목받는 작가다.

그가 그리는 아련한 풍경들은 통일 직후 동독 등 실제 유럽 각지를 돌아다니며 포착하고 기억한 장면에서 탄생했다. 작가는 “부서지고 무너지는 것에 관심이 많다”라며 “부서져도 그 후로 또 일어날 수 있으니 이것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한편 2층에 전시된 고요한 호수를 비추는 달빛, 나무 그림자 뿐인 야경 등 ‘밤 풍경’도 눈길을 끈다. 너무 밝지 않은, 다소 어둑한 조도에서 그림자와 형태가 더욱 분명해지는 오묘한 매력을 풍기는 작품들이다.

전시는 16일까지. (02)735-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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