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22부(조인호 부장판사)는 방위 교육 훈련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해 숨진 정씨의 유족들이 "망인의 죽음을 은폐한 군이 손해를 배상해야한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1심을 깨고 1억6,7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를 보면 정씨는 종교적 신념을 지키려고 총기 교육을 거부했다가 심한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이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돼 숨졌으므로 국가는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당시 군은 관련자들을 조사하지 않고 정씨가 병사했다고 결론짓는 등 사인을 은폐해 소멸시효 완성 전에 유족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게 했다"며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국가의 주장은 권리남용"이라고 덧붙였다.
종교단체 `여호와 증인'의 신자인 정씨는 1976년 2월 입대하고서 교리를 지키겠다며 집총을 거부했다. 그는 신병교육대에 있는 6주간 총기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맞는 등 심하게 구타당했고 그 해 3월 말 훈련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피를 토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심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으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보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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