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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용카드 외면하는 정부
입력2007-02-20 16:32:45
수정
2007.02.20 16:32:45
국내에서 발급된 신용카드는 모두 8,644만장(지난해 9월 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1인당 평균 3.6장의 신용카드를 갖고 있는 셈이다. 신용카드는 이제 주요한 결제수단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현금보다 휴대하기 편하고 분실에 따른 피해도 적는 등 여러 가지로 편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한때 1만원 이하는 현찰로 결제하는 경향이 강했으나 요즘에는 천원단위 결제에도 스스럼없이 신용카드를 꺼낼 정도로 신용카드는 일상에 깊이 자리잡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의 적극적인 판촉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경품을 주는 등 국세청의 적극적인 장려책이 크게 작용한 영향이 지대하다.
만능이다시피한 신용카드이지만 아직도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했던 정부다. 중앙정부에 내는 각종 세금과 관세, 법원에 내는 벌금, 각종 과태료 등은 신용카드로 낼 수 없다. 동네 구멍가게에서도 거리낌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가 정작 정부 창구에서 박대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이유로 가맹점 수수료 부담이 크다는 점을 들고 있다. 연간 세금수입 170조원 가운데 30%만 신용카드로 결제해도 1조원의 수수료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 업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를 벌이는 등 각종 제재를 가하는 정부가 스스로 신용카드 사용을 기피한다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세수감소를 우려한 정부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신용카드결제가 보편화하고 있는 만큼 국민편의를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수수료 지출이 부담스럽다면 특정 카드사와 결제협약을 맺어 수수료율을 면제하든가, 낮추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울ㆍ부산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카드사와 특별약정을 맺어 가맹점수수료를 부담하지 않고 지방세를 납부하도록 납세편의를 도모하고 있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아니면 미국처럼 카드결제를 희망하는 사람이 선택적으로 수수료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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