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무성은 27일 지난해 무역적자(통관 기준)가 전년 대비 65.3% 증가한 11조4,745억엔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에 기록한 역대 최대치인 6조9,410억엔보다 65.3%나 많은 규모로 비교 가능한 통계가 작성된 지난 1979년 이래 최대치다. 일본의 연간 무역수지는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난해 12월 무역수지도 1조3,021억엔 적자를 나타냈다. 12월 한달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적자폭이다. 일본의 월별 무역수지는 이로써 18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이처럼 적자가 확대되는 것은 아베 신조 정부의 당초 예상과 달리 엔저가 무역수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엔저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늘어난 반면 많은 일본 제조업체들의 생산공장이 해외로 옮겨간 탓에 엔저가 심화돼도 수출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9.5% 증가한 69조7,877억엔에 그친 데 비해 수입은 15% 늘어난 81조2,622억엔에 달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전년 대비 17.4% 늘어난 17조5,602억엔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했고, 대중 무역적자도 3년 연속 늘어 5조엔을 웃돌며 최대치에 도달했다.
닛세이기초연구소의 사이토 다로 경제조사실장은 "일본의 무역적자 확대는 제조업체의 생산거점이 해외로 옮겨간 것도 있지만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상품 경쟁력이 떨어진 것 역시 주요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재무성 발표 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에너지 수입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른 시일 내 저가의 셰일가스 수입체제를 정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엔저와 경쟁력 저하에서 비롯된 무역적자 구조는 상당기간 고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저로 인한 일본 기업의 경쟁력 회복과 올해 세계 경기 회복세에 힘입은 수지개선이 기대되는 한편으로 해외생산 확대와 원전 가동 중단 장기화에 따른 적자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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