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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노래한 조선시대 '만시'의 美學

■옛사람들의 눈물 ■전송열 지음, 글항아리 펴냄


‘20년간 인간 세상에서 유희하다가/ 하루 저녁에 태극천으로 돌아가 쉬는구나 가는 길에 왕백귀(잡귀 중의 잡귀)를 만나거들랑/ 그대가 구름 안개 거느리겠다고 말하려므나’ 조선 숙종 때 문인이었던 남극관(南克寬, 1689~1714)이 집안의 종이었던 수봉이라는 청년의 죽음을 슬퍼하며 지은 만시(挽詩:죽은 자를 애도하며 지은 시)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만시 중 아랫사람의 죽음을 다룬 예는 많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천대받던 종의 죽음을 슬퍼한 것을 보면 분명 죽은 자와의 인연이 각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 시문학을 연구해 온 저자는 이 만시를 이렇게 평가한다. “주종관계라기 보다 마치 자신의 가족을 잃어버린 것과 같은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있습니다. 남극관은 미천한 신분으로 이승에서 팍팍한 삶을 살았던 수봉의 죽음이나마 아름답게 생각하고자 했던 따뜻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책은 조선시대 만시 중 뛰어난 것을 골라 그 역사적 유래와 미학적 특징을 분석했다. 조선시대에는 권세가가 세상을 뜨면 문전에 만시가 수북하게 쌓일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예의였지만, 대부분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의례적인 투가 많다. 그러나 만시는 죽음 앞에서 감정을 꾸밀 새가 없었던 사람들의 속내가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만시는 이 땅에서 앞서 살았던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표현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문학장르이기도 하다. 저자는 여기에 집중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이의 죽음 앞에서 결코 미사여구를 동원해 시를 쓰지 않을 것입니다. 만시가 어떤 시보다 우리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데에서 연유합니다.” 저자는 가족, 친구, 스승과 제자, 하인, 선배의 죽음을 기리는 명문장을 소개한다. 조선을 대표하는 시인 허난설헌 (許蘭雪軒, 1563 ~ 1589)이 두 남매를 차례로 잃고 통곡하며 쓴 시, 조선후기 문인이자 화가였던 강세황(姜世晃, 1712~1791)이 부인 류씨를 전염병으로 떠나보내며 쓴 시 등 35편의 만시를 통해 조선 한문학의 미학적 순간을 포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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