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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형 과학비즈니스전문가 키워야


이스라엘의 와이즈만연구소는 대학원 중심의 대학으로 1,000여명의 학생들과 250여명의 교수들로 구성되 비교적 작은 규모로 이뤄졌다. 이 연구소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생화학, 수학ㆍ컴퓨터과학 등 5개 분야의 기초과학만을 집중적으로 육성한다. 그럼에도 연구성과를 사업화해서 기술료로 벌어들이는 규모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연구소의 기술을 바탕으로 얻어진 매출이 2010년도에만 무려 17조원 정도나 됐다.

기초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와이즈만연구소가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이유는 예다(Yeda)라는 독특한 기술지주회사에 기인한다. 예다는 와이즈만연구소가 출자해서 만든 회사지만 법적으로는 완전히 독립된 기술사업화 전문회사이다. 예다는 와이즈만연구소와 배타적 계약을 체결해 연구소의 모든 기술은 예다를 통해서만 사업화될 수 있다. 대신 예다는 사업화를 통해서 벌어들인 기술료의 일부를 의무적으로 연구소에 배당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기초연구와 사업화의 선순환 구조가 물 흐르듯 이뤄진다.

기초과학 사업에 접목 인재 필요

이러한 예다의 성공 핵심 요인은 거기에 근무하는 인력의 우수성에 있다. 예다는 20여명의 소수정예 전문가로 구성된 회사인데 이들 전문가는 과학기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알아볼 수 있는 역량과 비즈니스 및 기술금융 분야의 역량을 두루 갖춘 융합형이다. 대부분 이공계 분야의 학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벤처기업이나 기술사업화 경험을 가진, 소위 말하는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Professional Science Master)들이다. 예다의 직원들은 그러한 지식과 역량을 가지고 교수연구실을 방문해 쓸만한 기술이 있는가를 찾아내서 외부 회사에 이전하거나 사업화해서 막대한 수입을 창출한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요즘 국정감사에서도 많이 지적되듯이 매년 정부가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에 17조원 정도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소위 '장롱특허'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산학 간 지식이전지수는 세계 25위 수준이지만 대학의 기술료 회수율은 미국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2010년도 미국 180여개 대학의 기술료는 약 1조8,000억원인 데 비해 2012년도 우리나라 대학의 총기술료 수입은 520억원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 와이즈만연구소의 경우와 비교해볼 때도 우리나라 대학의 기술 이전과 사업화 실적은 너무 열악한 수준이다.



이러한 문제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중에서 핵심적인 것은 예다와 같은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가 활성화되지 못한 점이다.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는 기초과학 지식과 비즈니스 마인드가 융합된 인재로서 1997년에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후에 현재는 미국ㆍ캐나다ㆍ영국 등 110개 대학에서 240여개 과정을 개설해서 운영 중인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특정 기초과학 지식을 바탕으로 관련 비즈니스를 접목시킬 수 있고 기술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과 더불어 벤처캐피털과 인수합병 등 전반적인 투자전문가로서 자격을 갖춘 인재들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창조경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가장 요구되는 자원이 바로 이러한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다.

창조경제 위해 육성 기관 확대를

다행히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총 240억원을 투입해 300여명의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를 양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능지구별 특화발전전략과 연계해 과학 비즈니스 전문석사를 양성하고 향후 과학 기반 사업화의 인력 수요에 대처하는 사업이다. 바람직한 방안은 이러한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 육성이 기능지구에만 한정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모든 분야와 대학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운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진 독특한 대학ㆍ정부출연연구소 및 기업 생태계를 반영해 소위 한국형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K-PSM)를 양성해야 한다.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인 이소연씨가 미국 대학의 MBA에 입학했다는 소식에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 당사자는 '투자자와 과학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어 MBA를 선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게 바로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가 추구하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K-PSM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다면 이씨가 굳이 외국에 가지 않고서도 국내에서 우주기술을 민간기업에 이전하거나 사업화하는 전문가로서 성장할 길이 열렸을 것이다. 아무튼 이제 시작된 과학 비즈니스 전문가 사업이 더욱 활성화돼서 기초과학의 성과가 비즈니스에 더욱 많이 접목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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