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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0월 8일] 동네슈퍼의 희망 '나들가게'
입력2010-10-07 17:03:23
수정
2010.10.07 17:03:23
최근 대형마트의 성장과 기업형슈퍼마켓(SSM)의 급속한 확산은 가격인하와 서비스 질의 제고를 통해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키고 유통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에 따라 지역의 중소유통업체가 쇠퇴하는 등 부작용도 동시에 야기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이후 대형마트업체에서 경쟁적으로 SSM을 확산시킴에 따라 지역 중소유통업체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영세 유통업자들이 폐업에 몰리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이 미처 마련돼 있지 않고 업종 변경이나 임금근로자로의 재취업 가능성도 낮기 때문에 신규 SSM이 개설됐거나 개설 예정인 지역의 중소유통업체들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진입규제보단 경쟁력 강화 필요
SSM이 중소유통, 특히 중소 슈퍼마켓에 위협이 되는 이유는 상품구성의 중복에서뿐만 아니라 주력 상품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SSM이나 중소 슈퍼마켓은 특성상 상품구성이 주로 식료품에 치중돼 있어 중복을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상품 중복이 아니라 식료품이라는 상품 특성에 있다.
즉 슈퍼마켓은 소비자의 식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의류나 가전제품과 같은 소비재와 달리 상품의 다양성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식료품이 우리의 식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종이라면 유행에 따라 부침이 있을 수 있고 다양함이 추구될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먹는 식단은 오랜 세월을 거치며 정착된 것이기 때문에 쉽게 유행을 타지 않는다.
더군다나 소득이 늘어난다고 식문화가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며 하루 세 끼 먹던 것을 네 끼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의류나 가전제품의 경우 소비자들이 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고급상품을 찾기 때문에 자연히 시장 규모가 확대될 수 있지만 식료품의 경우는 다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일 뿐만 아니라 노령화도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식료품 소비가 늘어날 전망이 희박하다. 이러한 시장 환경하에서 식료품을 취급하는 소매업체가 신규로 진입하면 기존의 식료품 소매업체는 당연히 시장점유율이 축소되게 마련이다.
또한 식료품은 의류나 가전제품과 달리 빈번히 구입해야 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쇼핑거리가 멀지 않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가격이 높거나 상품 간 비교를 많이 해야 할 상품은 원거리 쇼핑을 마다하지 않지만 식료품같이 자주 구입해야 하며 신선도가 생명인 경우 원거리 쇼핑을 지속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거지 근처에서 어느 정도의 상품구색을 갖춘 소매점에서 장을 보기 마련인데 SSM이 주거지 인근으로 들어오면서 바로 중소 유통업체가 타격을 입게 됐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된 SSM의 급증세는 기업형 유통시스템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남아 있던 식료품 분야 소매점의 시장 영역을 SSM이 포섭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내수산업의 노동생산성 상승으로 불가피하게 초래될 실업자 증가 및 자영업 부문의 비정규직 노동으로의 대체라는 노동시장 측면에서의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SSM 확산에 따른 중소 상인들의 반발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측면에서 자영업 부문 노동자들이 생존기반이 위축되고 있음을 체감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SSM과 중소유통 간의 갈등문제는 보다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직접적인 진입규제보다는 중소유통업의 경쟁력 강화를 촉진하는 것이 실질적인 문제의 해법이라는 인식하에 효과적으로 중소유통업을 육성해 해결해야 한다.
SSM 맞서 규모의 경제 실현을
이러한 측면에서 나들가게는 중소유통업에 종사하는 소상공인들이 자생력을 키우는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특히 나들가게는 간판ㆍ매장환경 등의 외관과 인테리어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POS를 통해 나들가게에서 잘 팔리는 물건과 그렇지 않은 물건이 바로 집계되기 때문에 재고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다.
향후 나들가게 1만개가 육성되고 이들이 마치 단일 점포처럼 판매할 물건을 통합 주문하면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돼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중소유통 특유의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이라는 이점과 해당 지역에 맞는 부가 서비스를 추가한다면 오히려 SSM을 능가하는 동네 슈퍼마켓의 부흥시대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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