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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유신시대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인혁당 사건에 대해 인혁당에서 실제로 활동했던 인사들의 증언까지 참고해야 된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는 발언의 연장선상이어서 역사인식 논란이 재점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후보는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 말한 대로 같은 대법원에서 상반된 판결이 나온 것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조직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민주당과 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낸 박범진 전 의원이 지난 2010년 6월 발간한 '박정희 시대를 회고한다' 학술총서에서 "조작이 아니었다"고 밝힌 증언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의원은 "서울대 정치학과 4학년 때인 1963년 입당할 때 문서로 된 당의 강력과 규약을 직접 봤고 북한산에 올라가서 오른손을 들고 입당선서도 했다"고 주장했다.
박 후보는 전날에도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혁당 사건 유족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왔다"며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박 후보의 이 같은 역사인식을 두고 당내에서는 대선까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인혁당 사건 발언을 듣고 앞으로도 절대 안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과를 하게 되면 유신시절 모든 일에 대해 야권에서 걸고 넘어질 텐데 지금처럼 선을 긋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가 1964년 1차 인혁당 사건과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을 구분하지 못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반론으로 제기한 '두 번의 대법원 판결'과 '실제로 활동했던 인사들의 증언'은 각기 다른 인혁당 사건을 가리킨다.
'두 번의 대법원 판결'은 1975년 인혁당 재건 혐의를 받고 7명이 사형 집행됐지만 2007년 재심에서 무죄가 판명된 '2차 인혁당 사건'과 관련이 있다. 반면 박 전 의원 등 인혁당 관련자가 조작이 아니라고 한 증언은 유신시대가 아닌 1964년에 있었던 '1차 인혁당 사건'을 의미한다.
박 후보가 이틀에 걸쳐 인혁당 사건에 대해 두 가지 반론을 제시한 것은 1ㆍ2차 인혁당 사건이 별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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