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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해외유출 막는다고 될 일인가
입력2004-05-31 17:15:47
수정
2004.05.31 17:15:47
해외유학 및 연수비의 급증세에 이어 증여성 해외송금과 재외 동포들의 국내재산 반출이 크게 늘고있는 현상은 결코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이주나 유학 등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자금이동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내국인들의 해외부동산 변칙 취득이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재산의 해외도피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는 우리의 정치ㆍ경제ㆍ교육 현실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해외 친지들에 대한 증여성 송금(경상이전수지)과 재외 동포들의 국내재산반출 및 내국인의 해외 이주비(자본이전수지)가 모두 45억2,200여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1%나 늘었다. 이들 돈은 상품수입등과는 달리 외국으로 나가기만 하지 국내에 들어오는 대가가 전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국부유출의 성격이 짙다. 4개월간 무려 5조원이 넘는 돈이 나간 셈인데 이중에는 용도가 의문시되는 돈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매입 등 정상절차 없이 변칙ㆍ불법으로 빠져나가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는 돈도 많다는 점이다. 부유층들이 외국의 빌딩ㆍ주택ㆍ골프장 회원권 등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한국인들의 미국 뉴욕과 LA 등지에서의 부동산 매입열기는 현지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다. 미국 뿐 아니라 중국ㆍ호주ㆍ뉴질랜드, 요즘 들어선 캄보디아에까지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해외부동산 취득은 반드시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건수가 단 한건도 없다는 것은 이들 돈이 모두 변칙ㆍ불법적인 방법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말해준다. 관세청이 최근 적발한 외화밀반출 사건에 연루된 사람이 4만7,000여명이나 된다는 것은 자산의 해외도피가 얼마나 광범위한 현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변칙ㆍ불법 외화유출을 철저히 단속해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만연된 이유도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유학비용에 버금가는 사교육비를 들여야 대학진학이 가능한 게 지금의 교육 환경이다. 경제현실은 더 심각하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유세 및 기업의 사회공헌기금 논란 등 분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다 주한미군 감축과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한 안보불안 심리도 있다. 하나같이 ‘돈을 놀라게 만드는’ 것들이고 이것이 외화유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부동산 취득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조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단속도 단속이지만 원인을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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