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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의 학력인정 평생학교인 일성여고의 최고령 졸업생으로 75세에 만학의 꿈을 이뤄 대학생이 된 장늠이(사진) 할머니. 그는 국가유공자 자녀를 대상으로 한 수시전형으로 백석예술대 외국어학부에 합격해 다음달 '새내기 여대생'이 된다. 장 할머니는 "무지(無知)는 깜깜한 밤이나 다름없다"며 "빛나게 살기 위해 계속 공부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경북 칠곡에서 소학교를 다니던 장씨는 한국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학업을 중단했다.
전란이 끝나고 나서 근근이 소학교는 졸업했지만 부친이 징집돼 전사하는 바람에 중학교 등록금을 낼 형편이 못 됐다. 장녀이던 그는 결국 학업을 포기하고 생계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장씨가 다시 학교 문을 두드린 것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나서도 한참 세월이 흘러 슬하의 2남3녀가 모두 출가하고 난 후였다. 그는 충무로의 한 학원에서 공부한 지 4개월 만에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난 2013년 일성여고에 입학해 2년 만에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다.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할 계획인 그는 "역사와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해 언젠가 중국인 관광객에게 유적지를 소개하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그는 한자 공부는 물론 중국어 간자체 공부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가능할 때까지 계속 학업에 매진해 '빛나는 보배'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20대이건 80대이건 간에 공부하는 사람은 항상 젊은 법"이라며 "하늘이 부를 때까지 계속 젊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일성여중고교에서는 올해 장씨처럼 개인 사정으로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80대 만학도 중학생 315명, 고교생 215명이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졸업한다. 야학 모임이 전신인 이 사립학교에서는 9년 연속 고교 졸업생 전원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올해도 졸업하는 고교생 모두 대학에 합격했다. 졸업식은 오는 25일 오전10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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