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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핀란드식 사우나와 창업

김영민 특허청장


봄 산행 후 피곤해진 심신을 풀기에는 사우나가 제격이다. 열기가 퍼져 있는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면 겨우내 몸속에 남아 있던 묵은 기운이 달아나고 새로운 생기가 돋는 걸 느낀다.

사우나는 핀란드식이 유명한데 이는 자작나무로 지은 사우나에 난로로 돌무더기를 달궈 실내 온도를 높이고 여기에 물을 부어 열기를 일으키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처럼 사우나를 즐기는 문화가 발달했는데 사우나를 삶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사우나가 없는 주택은 집이 아니다"라거나 "자작나무 잎으로 두드리지 않은 사우나는 소금 없는 음식과 같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20세기 초만 해도 핀란드 시골 지역에서 출산이 대부분 사우나에서 이뤄졌다고 하니 "핀란드인(Finns)은 사우나에서 태어나 사우나에서 일생을 마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강대국에 둘러싸여 어려움을 겪었던 역사적 경험이나 부존자원의 한계를 교육을 바탕으로 한 인적자원으로 극복한 것도 비슷하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중심으로 경제를 성장시킨 공통점도 갖고 있다.

북유럽의 변방국가에서 강소국으로 올라섰던 핀란드는 '노키아' 의 쇠락으로 인한 위기를 창업으로 극복하고 있다. 성공적인 창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최근 3년간 유로존 평균을 웃도는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의 창업 열기를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알토 대학의 '스타트업 사우나'인데 성공창업을 위해 사우나에서처럼 열심히 땀 흘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고용률 70% 실현을 위해 청년창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우리에게 핀란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다. 핀란드가 사우나처럼 뜨거운 창업 열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민간기업이 창업지원에 팔을 걷어붙였고 가볍고 즐거운 창업을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성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강연이나 현장간담회에서 "지식재산이 창조경제의 화폐이자 창업의 씨앗"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바탕이 된 지식재산이 가벼운 창업(Lean Startup)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지난주 열린 제10차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서 "지식재산이 청년들에게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 있는 성장 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특허청은 이에 맞춰 아이디어 설명자료만으로도 특허 출원할 수 있도록 특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창조경제타운이나 아이디어 공모전을 통해 발굴된 가치 있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특허 출원은 물론 창업·사업화까지 연계시키는 국민행복기술 구현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식 사우나의 정수는 돌무더기에 물을 뿌려 훈기가 돌게 하는 뢰일리와 자작나무 잎 가지에 물을 적셔 등을 두드려주는 것이다. 지식재산 기반 창업에 훈기가 돌 수 있도록 뢰일리와 같은 발아점(發芽點)이나 자작나무 잎과 같은 촉진제가 될 수 있는 정책을 지속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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