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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사퇴 논란으로 계파 갈등이 촉발된 후 당청 간 대화마저 동시다발적으로 단절되면서 여권의 소통채널이 총체적인 난기류에 휩싸이는 형국이다.
당의 투톱인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1일 각각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 행사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하는 당정협의에 불참하고 정의화 국회의장의 2일 청와대 방문도 취소됐다. 또 청와대를 상대로 한 국회 운영위도 연기했다.
불과 이틀 사이에 당청 간, 또는 입법부와 행정부 간 교류가 일제히 무산된 것을 놓고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행사' '일정상 불가피했다' '다른 일정이 생겼다' 등의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현재 '삐걱대는' 여권 내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는 관측도 팽배하다.
우선 새누리당과 정부는 1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가뭄 사태 극복 방안으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위한 당정협의를 개최했으나 유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투톱인 김 대표는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제17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돌연 취소했다.
모처럼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잠시라도 만나 엉킨 실타래를 풀 방안을 논의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무산된 것이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와 모임에 여러 번 갔었는데 대화할 기회가 없다"면서 "한 시간 이상 앉아있다가 와야 하는데 지금 그럴 시기가 아닌 것 같아 일정에서 제외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일 청와대는 국회의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불만으로 "이런 상황에서 당청 협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사실상 대화 중단을 시사한 게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정 의장도 박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 일정 역시 취소됐다. 정 의장을 포함한 중견 5개국 협의체인 '믹타(MIKTA) 국회의장 회의'의 참가국 의장은 2일 박 대통령 주재 오찬에 참석하게 돼 있었지만 멕시코·인도네시아·호주 국회의장만 참석하는 예방 행사로 바뀌면서 정 의장은 빠지게 됐다. 방한한 외국의 의장만 접견하는 행사로 바뀌었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지만 정 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을 야당의 요구에 따라 재상정하기로 한 게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청와대를 상대로 2일 개최하기로 했던 운영위 전체회의도 연기됐다. 당장 유 원내대표가 주재하는 운영위 회의 참석을 청와대가 거부하기로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켰다.
김 대표는 "이런 와중에 청와대 비서실이 운영위에 출석하면 불필요한 공방이 나올 게 뻔하다"고 설명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문제 때문에 회의가 열리지 않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운영위 연기 사유를 놓고 청와대와 여당 간에 진실공방까지 빚어졌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운영위 연기 이유를 설명하며 "청와대 입장은 내일 회의를 개최하면 출석을 못 한다는 것"이라고 '청와대 탓'으로 돌렸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국회 보고 의무가 있는 기관이 국회 일정을 거부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해명했다.
한 관계자는 청와대가 출석을 거부했다는 조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과 관련, "국회가 갑이면 청와대는 을"이라면서 "국회 일정은 갑이 논의해 결정하는 것으로 나오라면 그냥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병기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에도 2일 운영위가 일정대로 열릴 경우를 대비해 수석비서관들에게 관련 준비를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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