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5월29일] 빌데르베르크 그룹 권홍우 편집위원 1954년 5월29일, 네덜란드 아르헴 부근 오스터비크, 빌데르베르크(Bilderberg) 호텔. 유럽 각국과 미국의 저명인사들이 자리를 가졌다. 회합을 주도한 인물은 조지프 레팅거. 폴란드에서 태어나 영국에 주로 거주하며 유럽 통합운동을 주창한 사람이다. 모임의 목적은 ‘유럽과 미국의 이해증진’이었다고 전해진다. 사흘간 이어진 회합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았다.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나라를 바꿔가며 이어지고 있다. 올해 회의는 다음달 초 미국 버지니아주 챈틀리에서 열릴 예정이다. 모임은 곧 첫 회의가 열렸던 호텔의 이름을 따 빌데르베르크 그룹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헤이그에 사무국도 갖춘 이 모임의 특징은 두 가지. 미국의 요청으로 터키를 회원으로 인정했을 뿐 철저하게 서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운영된다는 점과 엄격한 비밀주의다. 온갖 추측과 소문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세계를 사실상 지배하는 ‘비밀정부’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음모론이 확산된 결정적인 계기는 1973년 회의의 문건 유출. 5월에 작성된 비밀 문서에는 중동전쟁(10월) 발발과 유가 400% 급등은 물론 오일달러 회수방안까지 망라돼 있었다. 때문에 ‘1차 석유파동은 빌데르베르크 그룹의 기획물’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요즘에는 일본 경제의 장기불황, 동아시아 금융위기도 이들의 소행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해마다 100~130명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세계를 조종하는 음모가 진행된다는 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알 수 없다. 당사자인 빌데르베르크 그룹과 사무국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가 넘도록 내려온 비밀주의는 요즘도 여전해 그 흔한 홈페이지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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