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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외면… 10년물 수익률 3개월래 최고

■ 일본 엔저 역풍<br>BoA "위험자산" 경고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일본은행(BOJ)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의 폐해가 국채시장을 통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투자가들이 일본의 경기회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데다 지속적인 엔저로 엔화표시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일본 국채시장의 위기 가능성이 드리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13일 일본 장기금리의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후 한때 지난주 말보다 0.110%포인트 높은 0.831%까지 오르며 2월6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최고치를 형성했다. 이 상승폭은 2008년 5월14일 이후 가장 큰 것으로 해당했다.

이 같은 국채 금리 상승(가격 하락)은 BOJ의 과감한 양적완화(국채 매입) 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채를 매도하는 세력이 더 많아지면서 채권이 시장에서 인기를 잃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날 채권 선물도 지난주 말보다 1엔 내린 142.70엔까지 하락해 판매를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시장에 대량의 자금을 공급해 장기금리를 끌어내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겠다는 BOJ의 목표와 달리 시장에서는 장기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하거나 오히려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구로다 하루히코 체제'의 BOJ가 새로운 금융완화책을 내놓은 이래 일본 국채시장은 혼란과 동요를 반복해왔다. BOJ의 금융완화책이 공개된 뒤 불과 일주일 동안 채권시장에서는 가격 급등락에 따른 서킷브레이커가 네 차례나 발동되기도 했다. 엔화 가치가 지난 6개월간 달러화 대비 22% 하락하는 동안 일본 국채 가치 역시 달러 기준으로 올 들어 12.2% 하락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시중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기업ㆍ개인이 보다 쉽게 설비투자ㆍ주택구입 등을 위한 자금을 빌릴 수 있도록 유도해 경기를 회복하고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겠다는 BOJ의 시나리오가 좌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국채가 이제 위험자산이 됐다는 경고마저 나오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도쿄 소재 일본 국채 수석전략가인 후지타 쇼고는 국채 수익률 급등과 관련해 "일본 국채가 결국 위험자산이 됐다"는 코멘트를 내놓았다. 통상 일본 국채의 주요 투자세력인 일본인들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꺼려온 만큼 국채 외면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투자가들도 일본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 일본 재무성의 지난 10일 집계 자료에 따르면 3월 국외 투자가들은 일본 국채 보유량을 3조9,400억엔가량 줄였다. 이는 지난 3년 사이 최대 순매각으로 분석됐다. 일본 국채의 주요 순매수 세력이었던 일본 내 개인ㆍ기관투자가 역시 순매도로 돌아서기는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엔화 자산의 주요 매도 세력은 헤지펀드였지만 '달러당 100엔' 국면을 전후로 일본인들의 국채 매도가 더욱 촉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일본인 투자자들이 정부의 완화정책 이래 처음으로 (자국 국채 대신) 외국 국채에 대한 순매수 국면으로 최근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4월27일 기준 6주 동안 일본 투자자들은 BOJ의 정책목표와 반대로 국채 매입에 가담하는 대신 순매도 행렬을 택했다. 게레스 베리 UBS은행 투자전략가는 "4월1일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뒤 일본의 투자자금이 유출되는 첫 신호가 나타났다"며 "일본인 투자자들이 엔화표시 채권 매도에 계속 가담한다면 경기회복 기대감은 더욱 멀어지고 엔화가치 절하폭만 가팔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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