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시한을 앞둔 이란 핵협상이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협상 당사국인 이란과 이른바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막판 쟁점 해소를 위한 전체회의를 30일(현지시간) 진행한 가운데 양측 모두 합의안 도출을 조심스럽게 낙관하는 분위기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 앞서 이란 측 실무협상을 맡은 아바스 아락치 외무차관은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여러 문제에서 해법을 찾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다"며 "다만 아직 두세 가지 쟁점의 해결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시 어니스트 미 백악관 대변인 역시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말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긍정적인 기류를 전했다.
지난해 협상 당사국들이 올 6월 말로 핵협상 시한을 연장하면서 이달 말까지 포괄적·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로 하고 나머지 기간은 기술적 부문에 대한 협상에 들어가기로 한만큼 현재 진행 중인 이란 핵협상의 데드라인은 31일로 인식돼왔다. 그간 협상이 미국과 이란 간 양자회담에서 이견을 좁힌 뒤 이를 토대로 나머지 5개국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을 고려해볼 때 최종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체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은 최종 합의를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핵 프로그램 제한 수준과 서방권의 경제제재 해제시기 및 범위 등을 놓고 지루한 샅바 싸움을 벌여온 양측 사이에 막판 걸림돌로 떠오른 것은 이란이 현재 보유한 농축 우라늄 재고분 처리 문제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란은 지금껏 이 재고분을 러시아 등 외국으로 옮기는 방안에 동의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락치 차관은 이날 "그동안 우라늄 재고 축적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입했다"며 "해외로 옮기는 방안은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방권 관계자도 "이란이 해외 이전을 꺼려 다른 대안을 찾고 있다"며 "농축 우라늄을 희석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한 12년간의 대치국면 중 가장 타결에 근접해 있다"며 "다만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누구도 타결을 100%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협상에서 결론이 도출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다. 향후 기술적 협상과정에서 판이 깨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다 특히 미국으로서는 이스라엘 및 공화당 등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또 다른 과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내각회의에서 "(회의가 열리는) 로잔에서 진행되고 있는 위험한 합의는 우리의 우려를 증명할 뿐 아니라 그것보다 더 나쁜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란이 중동 전체를 정복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공화당도 합의안이 의회에 오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핵협상 타결이 중동의 핵개발 경쟁을 촉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익명의 미국 전직 고위관리를 인용해 "(시아파인) 이란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면 그다음에는 수니 아랍국들이 거의 틀림없이 뒤따를 것이며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협상 타결시 서방권의 제재로 묶여 있는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로 추락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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