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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이래서 세금을 안낸다
입력2006-02-21 16:43:02
수정
2006.02.21 16:43:02
여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42세 ‘강열심’씨가 있다. 뼈 빠지게 일해 간신히 내 집을 장만하려는데 어느 ‘조직’이 그를 찾아왔다.
“당신 돈 많아 보이니 한 200만원만 기부해라. 학생들 교육비로 그 돈을 쓰겠다”면서 늦게 내면 연체료까지 물리겠다고 협박이다. 힘없고 백 없는 강씨는 조직이 두려워 기부금을 냈다. 그런데 몇년 뒤 조직의 수금행위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났다.
강씨는 돈을 되돌려받고자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이다. “미리 돈을 돌려달라고 신청하지 그랬나. 이미 늦었다” “이자는 기대하지 마라. 원금 받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등등. 황망했던 강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무려 30만여명에 이른다는 데 더 놀랐다. 강씨를 분노하게 만든 이 조직의 이름은 바로 ‘대한민국 정부’다. 300가구 이상 아파트를 지을 때 아파트를 분양받던 사람에게 내도록 했다가 지난해 3월 위헌판정을 받은 ‘’.
부담금 자체의 부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판결 후 1년이 넘도록 국민을 외면해온 정부의 태도는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 관계부처는 지자체에 부담을 떠넘긴 채 나 몰라라 하고, 환급을 위한 대책법안을 마련하겠다던 국회는 그 흔한 교육위원회 한번 제대로 열지 않고 있다. 이미 낸 부담금을 돌려받기 위해 열심히 뛰어 되돌려받은 이들은 ‘납부일’이 아니라 ‘직권취소일’을 기준으로 이자를 지급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지침 때문에 사실상 이자 한푼 건지지 못했다.
괜히 성실납세한다며 취득ㆍ등록세 계산에 부담금을 포함해서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낸 사람도 부지기수다. 수년간 외로이 학교용지부담금 반대운동을 벌인 시민단체(납세자연맹)는 참다못해 집단소송까지 냈다. 이 과정에서 어디에서도 책임을 지겠다며 나선 ‘관’(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강씨처럼 얌전히 부담금을 낸 이들만 바보가 됐다.
권력의 정당성은 권력 이양자들의 동의와 신뢰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3분짜리 아이디어로 정책을 툭 내던져놓고 애꿎은 서민들을 3년 넘도록 고통스럽게 만든 정부에 줄 신뢰는 없다. 이러니 정부나 세금에 대한 불신이 당연시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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