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째 대회에서도 우승은 나오지 않았다. 올 시즌 0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우승 가뭄이 길어지고 있다.
19일(한국시간)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 킹스밀리조트(파71·6,379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리젯 살라스(25·미국)가 우승했다. 3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살라스는 최종 4라운드를 이븐파로 막아 13언더파로 2012년 데뷔 후 첫 승을 신고했다. 9언더파를 친 청야니(대만) 등이 공동 2위. 한국 선수 중 최고 순위는 유소연(24·하나금융그룹)의 공동 5위(8언더파)였다. 단독 2위로 출발, 우승 가능성이 보였던 박희영(27·하나금융그룹)은 8타를 잃고 공동 29위(2언더파)까지 밀려났다.
◇교포 선수만 2승=이날로 올 시즌 11개 대회를 마친 가운데 한국 선수의 우승 소식은 아직도 들리지 않고 있다. 재미동포 미셸 위(25)와 뉴질랜드동포 리디아 고(17)가 1승씩을 올리기는 했지만 한국 선수의 성과로 볼 수는 없다.
한국 선수들은 16년 동안이나 매년 2승 이상씩을 올려왔다. 지난해는 10승. 가장 저조했던 해는 2000년의 2승으로 당시 '에이스' 박세리(37·KDB산은금융그룹)의 부진이 컸다. 1999년 4승을 올렸던 박세리는 2000년 0승으로 주춤하더니 이듬해 5승을 쌓았다.
올해도 한국 선수의 우승 기근은 에이스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난조 탓이 크다. 지난해 6승을 쓸어 담았던 '골프여제' 박인비는 올 시즌은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8개 출전 대회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단 두 번이니 난조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맘때 이미 3승을 챙겼던 지난해의 페이스에는 많이 못 미친다. 하지만 박세리처럼 박인비도 다시 날아오를 저력이 있다. 대회도 21개나 남았다. 이번 대회에 불참하고도 세계 2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가 5언더파 공동 12위에 그쳐 세계 1위를 지킨 박인비는 오는 23일 시작될 에어버스 클래식에서 첫 승에 재도전한다.
◇트럭에서 자라난 살라스의 꿈=살라스는 우승 상금으로 19만5,000달러(약 2억원)를 벌었다. 2부 투어를 돌던 3년 전만 해도 꿈도 못 꾸던 돈이다. 멕시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살라스는 돈이 없어 아버지 라몬과 트럭에서 먹고 자며 투어 생활을 했다. 퍼블릭 골프장에서 30년 넘게 정비기사로 근무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7세 때 골프를 시작한 살라스는 과거 불우했던 자신을 가르친 코치가 암에 걸리자 이번 대회에서 나흘 내내 보라색 옷을 입고 경기했다.
살라스는 우승을 통해 '불운의 아이콘'이라는 꼬리표도 뗐다. 지난해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살라스는 62타를 치고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의 연장에서 어프로치 샷을 물에 빠뜨려 우승을 놓쳤고 나비스코 챔피언십에서는 박인비와 마지막 조에서 경쟁하다 79타를 쳐 공동 25위로 미끄러졌다. 올해 기아 클래식 4라운드도 공동 선두로 출발했지만 우승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 살라스는 "아쉬웠던 경험을 통해 성숙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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